[역경의 열매] 정덕환 <15> ‘장애인 희망 직장 1위는 에덴’이란 말에 뿌듯

입력 2016-04-12 18:58 수정 2016-04-12 20:56
장애인 재활에 관해 학문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김종인 박사(뒤)와 한 학술모임에 참석한 정덕환 장로(오른쪽).

쓰레기봉투 수요가 늘어나면서 파주공장 기계는 쉼 없이 돌아갔다. 무엇보다 장애인 고용을 계속 늘릴 수 있는 것이 내겐 최고의 감사였다. 뽑아도 뽑아도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중증장애인들은 너무나 많았다. 장애인 희망직장 1순위가 에덴이라는 말에 참 감사했다. 편한 기숙사에 세끼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봉급도 최소 일반인들이 받는 최저 수준은 되었다.

난 업무자동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매출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한 사람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찾았다.

한국인으론 처음 미국에서 장애인재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종인(나사렛대학 부총장) 장로가 계시다. 그와 나는 신앙적 코드가 잘 맞는 기도동지로 오랫동안 교류해 왔다. 그래서 김 박사와 오랜 동안 장애인복지 관련 사역을 참 많이 해낼 수 있었다. 난 김 박사에게 장애인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 생산라인과 방식으론 더 고용하기 힘듭니다. 그러려면 일손이 필요한 신규사업을 해야지요. 영국의 직업재활 시설인 렘플로이(Remploy)는 1만명이 넘는 장애인이 일하는 일터입니다. 여기서 못 만드는 것 없이 다 만들고 상당부분은 국가가 지원합니다.”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웨덴의 삼할(Samhall)이란 공장은 장애인 2만8000명이 700여 작업장에서 근무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제발 우리를 도와 이 같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 짠 사업 아이템이 ‘주방세제’였다. 가격은 싸지만 모든 가정에서 쓰는 생필품이니 수요는 많다고 본 것이다. 좋은 원료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난 김 박사와 함께 장애인 1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임을 정부에 제시하며 공장 건립 지원을 요청해 건축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였다. 용기에 상표를 붙이는 것과 같은 단순 작업은 모두 장애인들의 몫이었다. 이렇게 탄생된 회사 ‘형원’은 ‘그린키스’란 상표를 달고 시중에 나왔으나 처음엔 고전을 면지 못했다. 경쟁력에서 우리가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데 주방용품을 주로 만드는 대기업 ‘애경’에서 OEM 생산을 요청해 왔다.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우리로선 역부족이었는데 간부들이 우리 공장에 수시로 찾아와 설비시스템과 관리체제까지 잡아주었다. 나중엔 직무교육까지 해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형원은 현재 연 4000t 이상의 주방세제를 애경에 납품하고 있다. 아직도 상당 부분 부족하지만 중증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으로서의 면모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회사일보다 장애인 복지와 재활을 위해 뛰어다닌 내게 일본 가주오 이토가 기념재단에서 주는 기념상 2004년 수상자가 되었다. 아·태지역 장애인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을 받고 보니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상금 2100만원은 장애인 직업재활센터 건립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또 상을 먼저 수상한 중국 장애인협회 회장 덩푸팡과도 알게 돼 중국과 장애인 상호교류의 장을 열었다. 함께 ‘한·중 직업재활 세미나’도 개최했다. 에덴은 이제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장애인 사업장 모델로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난 우리의 열정이 세계로 알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더 큰 사명감으로 기도하며 열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젠 해외에서까지 주목받는 에덴이 된 것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