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함께할 경제사절단 구성은 중소기업들에는 초미의 관심사다. 청와대가 인정한 기업이란 이미지와 함께 현지에서 적잖은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 정상외교 경제활용 포털에 상시 신청을 낸 업체 누적 수만 1000개가 넘는다. 코트라 관계자는 “매번 경제사절단 구성 때마다 해외 판로를 자력으로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몰린다”며 “경쟁률이 최소 2대 1에서 시장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 5대 1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제사절단 규모 늘고 중기 비중 커져=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경제사절단을 대동해 해외 순방에 나선 경우는 모두 16차례다. 2013년 5월 미국 순방 때 51개였던 경제사절단 규모는 지난 2∼5일 멕시코 순방 때는 144개로 3배가량 늘었다. 2013∼14년 40∼70개 안팎으로 구성됐던 경제사절단은 지난해 3월 중동 순방 때부터 100개 업체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절단으로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 9월 중국과 10월 미국 순방 때는 각각 157개, 166개 업체가 참여해 정점을 찍었다.
경제사절단 규모가 커진 만큼 중소기업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3∼14년 평균 50% 수준이던 사절단 내 중소기업 비중은 15년 하반기 이후 60% 중후반대로 뛰었다. 정부와 유관 기관들은 현지 기업과의 일대일 상담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맞춤형 프로세스도 진행 중이다. 코트라는 지금까지 총 6개 지역에서 15차례 열린 상담회에 748개사가 참여해 외국 기업 1689개와 상담을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상담 건수만 3591회에 이른다. 대한상의,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현지 시장 정보와 진출 전략 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대통령 ‘후광효과’에 콧대 높은 바이어도 만나=경제사절단은 해외 판로를 확보하기 힘든 중소기업에 효과적인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 순방 때 경제사절단으로 체코를 방문한 전선업체 J사는 “그해 7월 프라하를 방문했지만 어떤 현지 업체들도 만나주려 하지 않았는데 대통령 방문 기간에는 모든 미팅이 성공적으로 주선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제외교 국가대표’라는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대일 상담회 등을 통해 지난 1년간 260건이 넘는 계약을 추진해 2조2900억원의 성과를 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해외 제품과 경쟁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은 순방기간 동안 바로 계약을 따내는 경우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순방을 활용해 26억 달러에 달하는 우즈벡 가스처리시설과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29억 달러) 계약을 수주했다. 터보차저를 생산하는 계양정밀은 중국 순방 때 상하이자동차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 와이즈넛은 미국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미국 기업과의 다국어 처리기술 개발 협력 시기를 앞당겼다.
따라서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려는 상시 신청 기업도 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상시 신청 시 관심 국가를 등록해두면 자동으로 경제사절단 모집 시 대상에 포함된다”며 “일정이 잡히면 산업부 주관으로 선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참가 기업의 사업 관련성, 순방 활용도, 유망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거쳐 선발 결과를 공지한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中企, 대통령 사절단 ‘바늘구멍’ 뚫어라
입력 2016-04-12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