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층 잇단 탈북… 김정은 체제 균열 신호탄?

입력 2016-04-12 04:13
북한 내 엘리트층의 연이은 탈북 소식은 ‘김정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귀순한 대좌가 소속됐던 정찰총국은 북한의 대남 공작과 도발을 총괄 지휘하는 기관이다. 2009년 2월 기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신설됐다. 첩보원 양성과 요인 암살, 테러, 사이버전 등 우리 국가안보와 직접 연관되는 공작을 전담하는 북한의 비밀 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귀순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공작 업무와 전략 전반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편제상 총참모부 산하 기관이면서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직접 보고하는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11일 “정찰총국이 가진 권한이 크고 특수하기 때문에 망명 인사를 최고위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보도대로라면)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온 북한군 간부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계급”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찰총국 대좌뿐 아니라 아프리카에 주재하던 북한 외교관 가족도 지난해 망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엘리트층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에 정권이 붕괴되거나 주민들의 동요가 야기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당의 통제력에 일정한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탈북 관련 이슈들이 정부 주도 하에 ‘이례적으로’ 계속 공개되는 상황 역시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민감한 망명 사실을 적극 공개하면서 총선용 ‘북풍’(北風) 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련의 발표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거의 실익이 없는 내용인 탓이다.

통상 탈북민의 경우 입국 후 장기간의 조사를 거친 뒤 본인 동의를 받은 경우에 공개해 왔다. 과거 공개 발표는 물론 언론의 문의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드물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표는 상당한 파격이다. 통일부는 또 “해당 식당직원 중 전부가 망명한 것은 아니다”며 남은 직원의 추가 망명 가능성을 시사했고, 추가 집단 탈북도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탓에 북한의 감시·소환·검열이 강화될 것이 뻔해 탈북민 정책의 ‘전략 실패’이자 자가당착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대대적인 발표에 발끈한 북한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중국→제삼국→한국’으로 이어지는 ‘신속하고 성공적인’ 탈북 루트가 봉쇄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발표로 신뢰를 잃은 관련국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당 대회를 앞두고 체면이 상한 북한이 국지 도발 등 보복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당장 북한 대남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탈북자 단체 활동을 하는 이들의 실명을 일일이 언급하며 보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집단 탈북 자체가 이례적이고 대북 제재 국면에 나온 현상이라 의미가 있어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