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스포’ 당한 거니?”… 방송가 ‘스포일러 주의보’

입력 2016-04-12 19:10 수정 2016-04-12 21:16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한 장면. MBC 제공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일부. CJ E&M 제공
<스포일러:미공개 내용을 미리 알리는 행위>

방송가는 지금 ‘얌체’와 한판 전쟁 중이다. 시청자들은 이 때문에 ‘보는 재미’를 잃는다. 방송 제작진은 공들여 기획한 아이템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 얌체는 줄거리나 주요 장면 따위를 미리 알려 주어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스포일러’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미리 알려지는 건 만드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모두 원치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알권리 혹은 알릴 의무(?)라는 핑계 또는 변명으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스포일러에 시달린다는 건 인기가 많다는 얘기다. 방송가 안팎 관심이 쏠리다 보니 스포일러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예능 최강자 MBC ‘무한도전’은 단골 피해자다. 비밀리에 아이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자주 타깃이 된다. 최근엔 대형 프로젝트가 스포일러 때문에 엎어졌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시청률이 높거나 스토리가 흥미진진한 경우 결말 유출을 막는데 필사적이다. 언제 어떻게 새나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스태프부터 단역 출연자까지 단단히 입단속을 시킨다. 그럼에도 유출 문제가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스포방지법이 시급합니다”…무도 팬들 뿔났다

최근 ‘전면 백지화’로 엎어진 무도 아이템은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였다. 2000년 해체 이후 뭉친 적이 없는 팀인 젝스키스가 게릴라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젝스키스 콘서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모인 관객 앞에서 ‘게릴라’ 타이틀을 달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도 제작진은 게릴라 콘서트 계획 일자(7일) 전날인 지난 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행사 취소 소식을 알렸다.

무도 제작진은 이번 프로젝트에 공을 많이 들였다. 2013년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성훈은 2014년 MBC 출연정지를 받았다. 제작진은 강성훈의 출연정지 해제도 요청했었다. 아까워하는 반응이 많아 후속 진행을 논의하고 있다지만 이미 ‘김은 샜다’는 평가가 많다.

무도 팬들은 “아무도 원치 않는 스포일러, 그만 좀 하라. 지겹다”는 반응이다. 워낙 스포일러 몸살을 많이 앓아왔던 터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식스맨’ 특집에서는 장동민 내정설이 나오면서 장동민이 식스맨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비밀리에 추진되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라인업도 허무하게 알려지면서 재미를 반감시켰다.

무도는 멤버들의 매니저에게까지 스포 방지를 철저하게 당부한다. ‘비밀 엄수’ 각서까지 쓴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 대신 ‘무한상사’ 특집을 방송한다는 스포일러가 또 나왔다. 스포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드라마는 결말 유출 스포일러와의 전쟁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은 결말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초강수를 둔 데는 이유가 있다. 결말이 알려지면 드라마의 재미는 뚝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응팔은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가 될 것이냐를 놓고 시청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그러면서 제작진, 드라마 관계자, 마지막회 촬영 목격자 등이라고 밝힌 이들을 통해 온갖 스포일러가 쏟아져 나왔다. 온갖 언론도 한 몫 보탰다.

14일 종영을 앞둔 KBS ‘태양의 후예’(태후)도 결말 유출 스포일러와 만났다. 자신을 관계자라고 밝힌 A씨가 지난 10일 SNS에 13∼15회 대본 사진과 함께 “결말은 눈물나네. 그래도 재미있다”고 남기면서다. 삽시간에 중국 SNS로까지 확산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새드엔딩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태후 제작사 뉴(NEW) 관계자는 “매회 방송 전까지 어떤 정보도 누설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스포일러나 결말이 유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11일 “예능이나 드라마의 스포일러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스포일러가 상도덕을 해치는 일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