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G5는 꽤나 매력적인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G4의 부진을 잊어도 될 만큼 절치부심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도입한 모듈 방식은 좀 더 분명한 방향성이 필요해 보였다.
◇의미 있는 대안 가능성 보여=G5는 LG전자 G시리즈 중 처음으로 메탈 소재를 사용했다. 삼성전자, 애플 등이 가는 길을 따라 유행에 동참한 셈이다. 갤럭시S7 엣지나 아이폰6s가 부드러운 금속의 질감이라면 G5는 보다 거친 느낌이다. 호불호를 떠나 차별화가 분명하다. 디자인은 화려한 맛은 없지만 수수한 매력이 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성능면에서도 흡족했다. G5에는 퀄컴의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820이 탑재됐다. 지난해 스냅드래곤810이 발열 논란을 겪으면서 G4에 한 단계 아래인 스냅드래곤808을 썼던 것이 결정적인 악재였다. 스냅드래곤820의 성능은 갤럭시S7에 들어간 엑시노스8890과 비교해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메탈 디자인과 스냅드래곤820 탑재 이 두 가지만으로도 G5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열에 오를만한 제품이 된다.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넣은 것도 매력 포인트다. G5는 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화각 135도)와 1600만 화소 카메라 두 가지를 선택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풍경을 찍을 때 광각의 매력은 극대화 된다. 광각 렌즈를 하나 구매하는 것만해도 수십만원 이상의 돈이 든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으로 광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큰 이점이다.
앱상자가 사라진 것은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앱을 설치하면 앱상자라는 곳에 아이콘이 생긴다. 이 아이콘을 바탕화면에 끌어내서 메뉴를 구성하는 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G5는 앱상자 없이 한 화면에 모든 정보가 나온다. 아이폰과 동일한 방식이다.
LG전자가 V10부터 야심 차게 선보였던 올웨이즈온디스플레이(AOD)는 다소 아쉽다.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사용성이 떨어진다. LCD 디스플레이의 특성 때문에 화면을 밝게 하지 못한 탓이다.
◇모듈 승부수는 성공할까=G5의 차별화 포인트는 모듈 방식이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G5의 모듈 방식이 큰 관심을 끈 것은 지금까지 스마트폰이 걸어온 방향과 정반대의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2007년 아이폰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스마트폰은 IT기기들은 하나씩 집어삼키며 하나의 기기에 모든 걸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MP3, PMP, 카메라 등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라지거나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G5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길을 제시했다. 모듈 교체를 통해 스마트폰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모듈 교체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캠플러스’와 ‘하이파이플러스’ 두 가지다. 문제는 모듈 교체라는 번거로움에 비해 얻게 되는 이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캠플러스를 부착해도 카메라 화질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하이파이플러스는 고음질 음원을 들을 수 있지만 20만원 이상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모듈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LG전자의 태도에 있다. 모듈은 일종의 플랫폼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LG전자는 외부 개발자들이 모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문호도 열어놨다. 장기적인 연속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소비자도 개발자도 G5 모듈 생태계에 들어오길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LG전자는 당장 내년에 나올 G6에 모듈이 호환될 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답만 내놓고 있다. 디자인에 변화를 줄 수 없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다. 만약 캠플러스나 하이파이플러스가 1년 짜리 테스트용 기기가 된다면 이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LG전자 G5 써보니… 디자인·성능 매력적, 후면 듀얼 카메라 큰 이점
입력 2016-04-12 19:26 수정 2016-04-12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