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가 심상치 않다. 의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가 안 먹히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도쿄 증시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달 달러당 110엔 수준으로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이제 100엔 밑으로 하강하고 있다. 1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7엔대 후반에서 움직였다.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올 초 12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지금까지 11% 넘게 하락했다. 일본 정책 당국이 고육책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까지 도입하는 등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엔화가치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일본의 통화정책을 무력하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에는 중국 증시 폭락 사태와 유럽 은행 부실 우려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렸다. 이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춘 영향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여 엔화 강세가 이어졌다.
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는 2013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했을 때 호기롭게 “일본이 돌아왔다”며 “아베노믹스를 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도쿄 증시에선 외국인의 ‘팔자’가 이어져 주가지수가 2013년 9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AMP캐피털인베스터의 네이더 네이미는 블룸버그 통신에 “많은 이들이 아베노믹스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도 “엔화 강세는 아베노믹스 실패를 의미한다”며 “이로써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은 신기루 같은 미션이 됐고, 엔저로 수출을 촉진해 기업 투자와 내수를 활성화시킨다는 아베 정권의 비원도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진단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엔고 가속화… ‘아베노믹스’ 무너지나
입력 2016-04-11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