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온 ‘원조 포털’… 달아오른 야후 인수전

입력 2016-04-12 04:03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인터넷 업계를 선도했던 포털기업 야후가 본격적인 매각을 앞두고 있다. 경쟁업체에 밀리며 벌어진 경영난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미래 기업’으로 불리며 1996년 나스닥에 상장된 지 2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40여개 기업이 야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 혁명의 기수=야후가 설립된 건 1994년이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박사과정을 밟던 대만 출신 제리 양(당시 26세)과 동료 데이비드 필로(당시 29세)가 자주 가는 웹 사이트를 취미 삼아 카테고리 형식으로 웹 페이지에 정리한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내놨고, 이듬해 포털 사이트로 바꿨다. 원하는 웹 사이트 주소를 기억했다가 직접 브라우저로 접속했던 초기 인터넷 사용자는 야후의 등장에 환호했다. 마치 개인용 컴퓨터처럼 폴더별로 원하는 사이트가 정리된 야후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의 원조=야후는 웹 사이트를 카테고리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검색엔진을 메인화면에 추가했다. 1999년에는 포털 안에 개인 페이지와 뉴스목록을 만드는 변화도 시도했다. 사용자가 가능한 한 오래 머물도록 해 배너 등을 통한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검색·네트워크 광고 같은 선구적인 시도도 있었다. 네이버, 다음 등 우리 시장을 지배하는 포털 사이트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야후의 성장세는 지속됐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2003년), ‘프리퀀시’(2000년)에도 직접 언급될 만큼 ‘인터넷=야후’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퍼졌다. 국내에서도 야후는 한메일 서비스를 내세운 다음과 선두를 놓고 다퉜다.

◇영광의 끝=야후는 2000년대 중반 구글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뺏긴 뒤 급속하게 몰락했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2012년 구글에서 데려온 머리사 메이어까지 7명을 최고경영자(CEO)에 번갈아 앉혔으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프로그래머이자 투자가로 이름 높은 폴 그레이엄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미디어 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야후는 현재 야후재팬과 알리바바의 지분 일부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자산이 거의 없다. 세계적 애널리스트 유세프 스콸리에 따르면 340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하는 야후의 시장가치 중 일본과 아시아 부문을 제외하면 43억 달러 정도만 남는다.

◇구세주는 누구=야후는 지난해 손실 43억6000만 달러(약 5조40억원)를 기록했다. 경영위기를 보다 못한 헤지펀드 스타보드는 지난달 “야후 이사진을 모두 교체하겠다”며 새 이사진 9명을 추천했다. 이후 야후는 매각 작업에 속도를 냈다. 당초 회사를 쪼갠다는 소식도 들렸으나 지금까지는 인터넷 부문 매각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통신사 버라이즌을 선두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미디어기업 타임Inc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영국 데일리메일의 모기업인 데일리메일&제너럴트러스트PLC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야후는 간판사업인 인터넷 부문을 매각한 뒤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현지법인을 폐쇄하며 인력을 15%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야후 인터넷 사업에서는 영업 등 일반직 직원 40%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이용자가 늘어난 SNS 텀블러를 비롯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될 전망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