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원탁회의 ‘304인을 추모하는 기독인 기도회’, “세월호는 역사의 십자가”

입력 2016-04-11 18:12
기독교세월호원탁회의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원탁회의가 주최한 ‘304인을 추모하는 기독인 기도회’가 열렸다. 강민석 선임기자

“주여, 여전히 아픈 이들을 기억하시고 보듬어 주소서.”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도소리가 울렸다. 이날 기독교세월호원탁회의가 개최한 ‘304인을 추모하는 기독인 기도회’에는 교단을 초월한 300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해 그간의 망각을 회개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동행을 다짐했다.

원탁회의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세월호대책위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이 소속돼 있다.

노란색 스톨을 착용한 참석자들은 먼저 이헌주(교회2.0목회자운동) 목사의 집례에 따라 참회 기도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일하지 못했음을 회개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정의로운 새 일을 행하도록 용기와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기억하고 공감하라’를 제목으로 설교한 부산NCC 전 회장 박철 목사는 “최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만나 대화하며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잊혀지는 것임을 알게됐다”며 “이 사회는 억울하게 자녀와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제 그만 슬픔을 내려놓으라고 쉽게 말하는 과오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그 대상이 누구든 아파하는 자들의 신음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위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성찬예식을 갖고, 인간의 죄를 대속하러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위로와 평강이 이 땅에 임하길 기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발생원인과 구조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진상조사 진행상황 등에 대해 공유하는 순서와 추모문화제를 가졌다.

기도회에 앞서 원탁회의 관계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원탁회의는 성명서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한을 연장하고 진상조사 활동을 보장할 것과 세월호 선체의 조속한 인양 및 미수습자 9명의 수습을 정부에 요청했다.

원탁회의는 지난달부터 ‘세월호 기독인 진실행진’을 제목으로 추모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31일에는 ‘세월호 고통 앞에 한국교회 책임을 묻다’를 주제로 신학강좌를 개최했고 10일은 ‘세월호 기억 주일’로 지켰다. 이승열 NCCK 세월호대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역사의 십자가”라며 “끝까지 기억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눈물 흘리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