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이 바짝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숨은 표’ 등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권 여러 곳에서 불과 1000표 안팎의 살얼음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여론조사에 아예 잡히지 않았거나 지지 정당을 감춘 유권자들의 표심과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숨은 표는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무당층’과는 다르다. 집전화 위주의 여론조사 기법상 표본에 들지 못한 유권자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만 대놓고 의사를 밝히기 꺼리는 유권자를 뜻한다. 숨은 표는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고 실제 투표장에 얼마나 등장할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선거에서 판세를 뒤집은 ‘키 플레이어’가 돼 온 사례가 많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수도권 접전 지역 10∼20곳이 숨은 표 등장으로 판세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야당은 주요 지지층인 20∼40대가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하고, 여론조사 때 직장에 나가 응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숨은 표 상당수가 야권 성향일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집전화 조사의 한계를 언급하며 젊은층 표본 구하기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전문가는 “여론조사를 하다 보면 고령층에서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이 실제 투표율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고령층은 지지 성향을 숨기는 경향이 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악재’를 겪은 당에서 지지자가 숨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천 파동으로 실망감을 줬던 여당이 텃밭 대구에서 무소속과 야당 후보에 고전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의 한 당직자는 “자동응답방식(ARS)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에서 10% 포인트까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샤이 토리’(shy tory·수줍은 보수당 지지자들) 현상처럼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지지를 꺼리지만 실제 투표에선 표심을 드러내는 ‘샤이 새누리’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선거 막바지에 들면서 여야 모두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읍소 전략을 펴며 집토끼 관리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리얼미터가 11일 발표한 투표의향 조사(지난 4∼8일 전국 유권자 2536명 대상)에서 적극투표층은 63.9%로 전주 대비 5.9% 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층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세대별로도 30대 적극투표 비율이 72.3%로 9.4% 포인트나 올랐고 40대와 30대 역시 70.3%, 65.1%로 각각 5.9% 포인트, 4.5% 포인트 늘었다. 투표 거부 의사가 높았던 50대 이상에서도 적극투표층이 높아졌다. 다만 여기에도 젊은층 표본 왜곡 가능성은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0∼40대는 여론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 적극투표층이 곧 여론조사 응답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젊은층에서 숨겨진 표심을 찾아 공략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도 “숨은 표의 실체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며 “당마다 지지층을 상대로 ‘반드시 투표장에 나와 달라’고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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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2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