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엔고·반가운 中지표… 韓수출 ‘순풍’

입력 2016-04-11 19:06

일본 정책 당국의 의도와는 반대로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현상은 일본에는 불행이지만 한국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많이 오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11일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2010년대 들어 커졌기 때문에 지금 전개되는 엔고 현상은 우리 수출 경기회복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강력한 확장을 보였던 2000년대 중반에는 환율보다 세계 수입 수요가 한국 수출에 큰 영향을 줬지만 가파른 엔저(엔화 약세)가 진행된 2012년 이후에는 환율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게 이 팀장의 진단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일 수출 경합도는 2010년 0.438에서 2014년 0.517로 상승했다. 이 기간 엔저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크게 악화돼 수출 실적이 부진해졌다.

이 팀장은 “엔화 강세 기조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경기회복 기대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엔저가 한국 수출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듯이 엔고가 우리 수출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관건은 글로벌 수요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한·일 수출 경합도가 큰 일부 산업에는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가 기대되며, 원·엔 환율이 달러를 제외하고는 가장 골머리 앓던 환율 환경이었다는 점에서 수출주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연초만 해도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컸던 중국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는 것도 우리 수출기업에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주 중국에선 3월 수출입, 소매판매, 산업생산, 1분기 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실물경제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을 제외한 대부분의 3월 지표들이 전월 대비 개선세를 보일 것이며, 특히 수출은 큰 폭의 플러스 반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중국의 3월 수출 증가율이 25∼2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소비 경기 호조 등에 따른 전반적인 수입 물량의 증가가 중국 수출 개선세의 근거로 제시된다.

시장에선 15일 발표될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을 6.7%로 예상하고 있다. 전 분기(6.8%)보다 낮지만 연초의 경착륙 우려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5개월 만에 늘어 외화 유출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안화 약세에 대한 일부 서방 투자자들의 베팅도 실패로 끝났다. 이경민 연구원은 “실물경제 지표 개선세는 중국에 대한 기대를 자극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도 심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코스피의 추가 하락을 제한하면서 반등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