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를 환호로 바꾸나… 김현수 데뷔전 멀티히트

입력 2016-04-11 18:57 수정 2016-04-11 21:27
볼티모어의 김현수가 11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2회말 힘껏 스윙을 하고 있다. 김현수는 전력 질주해 내야 땅볼을 안타로 만들었다.볼티모어 페이스북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는 팀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시범경기 동안 45타수 8안타(타율 0.178)로 크게 부진해 마이너리그행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해 개막 로스터에 진입했다.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분란을 일으킨 김현수에 대해 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홈 개막전에 앞서 팬들 앞에 인사하는 자리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연히 개막 후 4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김현수는 경쟁자 조이 리카드의 활약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왔다. 벅 쇼월터 감독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 김현수를 9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개막 후 5경기 만에 출장 기회가 열린 것이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날리지 않기 위해 김현수는 이를 악물었다. 2회말 1사 2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상대 우완 선발 제이크 오도리지의 3구째 143㎞짜리 투심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빗맞은 타구는 투수와 3루수 사이로 향했다. 그래도 김현수는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오도리지가 공을 잡지 못했다. 빅리그 데뷔 첫 안타였다. 7회말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바뀐 투수 에라스모 라미레즈를 상대로 4구째 146㎞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내야 깊숙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이때도 김현수는 이를 악물고 뛰어 1루에 안착했다. 김현수는 비록 장타가 아니었지만 간절함에서 비롯된 전력 질주로 안타 두 개를 만들어냈다. 그는 데뷔전에서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팀의 5대 3 승리에 이바지했다. 어느새 팬들의 야유는 박수갈채로 바뀌었다.

김현수는 “경기에 출전하면서 더 이상 야유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며 “관중들이 박수를 쳐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고 그것은 내게 있어 좋은 출발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현수는 구단이 챙겨준 첫 안타 공에 대해 “아무도 못 가져가도록 금고에 넣어두겠다”고 했다.

쇼월터 감독도 감동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의 일을 떠나 팀 동료로서 김현수가 성공하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며 “첫 출전이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겠지만 김현수의 오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7회말 5-6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4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안타를 한 개도 맞지 않았고 탈삼진은 8개를 기록하며 ‘끝판대장’(Final Boss)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등판 후 팀이 7대 6 역전승을 거둬 오승환은 빅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경기 후 동료들과 맥주 샤워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