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출판인인 김언호(71·사진) 한길사 대표는 해외에 나갈 때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 지역의 유명 서점이다. 서점은 “한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지난 수십년간 찾아다닌 외국의 유명 독립서점들을 정리해 ‘세계서점기행’을 출간했다.
김 대표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점의 아름다움과 정신을 보여주려고 호화본을 만들었다. 책을 보면 다들 서점이 하고 싶어질 것”이라며 “시민들이 곳곳에서 다시 서점 문을 연다면 우리 사회가 달라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책은 사진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진이 가득하고 고급스럽다. 보통 책보다 가로 세로가 각각 1.5배 큰 판형에 600쪽이 넘는다. 김 대표는 “요즘 종이책이 새롭게 화려해지고 있다”며 “전자책으로는 흉내 내지 못하는 종이책의 매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책은 유럽 서점 7곳, 중국 서점 6곳을 비롯해 미국 대만 일본 한국에 있는 총 22개 서점을 소개한다. 800년 역사의 교회를 서점으로 개조한 네덜란드의 도미니카넌 서점에서 시작되는 기행은 여행자들을 위한 서점으로 불리는 영국의 돈트 북스, 20세기를 빛낸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파리의 명소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등을 거쳐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끝난다. 그 뒤로도 16개 서점 사진들이 이어진다.
김 대표는 이 서점들을 겉에서 구경만 한 게 아니다. 서점 주인들을 다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가 발견해낸 세계 명문 서점들의 공통점은 독자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서가 구성에서 베스트셀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주민들이 나서서 살려준다는 점 등이었다. 그는 특히 “서점이 지역사회를 재생시킨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도 해리스버그에 있는 ‘미드타운 스칼라’ 서점처럼 폐허가 되고 쇠락한 지역에 서점이 들어가면서 지역 전체가 살아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요즘 은퇴한 사람들을 만나면 서점을 해보라고 권한다는 김 대표는 “작은 서점 운동이 새로운 차원의 문화운동, 정신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세계 도시 속 서점을 찾다… 각국의 서점 탐방 ‘김언호’ 한길사 대표
입력 2016-04-11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