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경을 넘어 서유럽으로 가려던 난민과 마케도니아 경찰이 대규모 충돌을 빚어 300여명이 다쳤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북부지역 이도메니 난민캠프 근처 국경에 머물던 중동 출신 난민 1000여명이 건너편 마케도니아 경찰과 대치했다. 난민들은 철조망을 찢거나 기어올랐고 경찰은 최루탄, 고무총탄,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은 난민캠프까지 날아가 여성과 어린이가 인근 농가로 대피했다.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는 ‘국경없는의사회’ 집계 결과 난민 300여명이 호흡곤란과 찰과상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6명이 중상이어서 입원했다. 마케도니아 경찰도 20여명이 다쳤다.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아랍어로 쓰인 ‘국경에서 모이자’는 내용의 전단이 난민캠프에 뿌려졌다. 500명씩 3개 그룹이 세 구역에서 국경을 넘으려 시도했다. 이들은 복면을 착용하거나 최루탄 효과를 약화시키기 위해 얼굴에 치약까지 바르고 맞섰다.
마케도니아 당국은 “국경을 통과한 난민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도메니 지역에는 난민 1만2000여명이 임시천막에서 생활하며 서유럽으로 가길 고대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마케도니아의 강경 대응을 비판했다. 지오르고스 키리치스 그리스 정부 난민위원회 대변인은 “경찰이 취약한 난민에게 위험한 방식의 공권력을 사용한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난민은 동요하지 말고 그리스 당국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그리스 국경서 난민·경찰 충돌… 국경 건너려다 300여명 부상
입력 2016-04-11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