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1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중도우파인 게이코 후지모리(41·사진) 민중권력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에 못 미쳐 오는 6월 5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2위 역시 중도우파가 차지해 남미에 부는 ‘좌파 몰락’의 바람이 페루에서도 확인됐다. AP통신에 따르면 40% 개표 상황에서 후지모리는 39%를 득표했다. 중도우파 페루인당 페드로 쿠친스키(78)는 24%로 2위였다. 좌파인 광역선전당 베로니카 멘도사(36)는 17%로 3위에 그쳤다.
후지모리는 1차 투표서 과반득표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아버지에게 발목이 잡혔다. 그는 1990년대 페루를 통치한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아버지는 인권탄압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농촌에선 알베르토 후지모리에 대한 향수가 여전해 우호적이다. 하지만 도시에선 “후지모리가 당선되면 권위주의 통치가 부활할 것”이라는 반발이 거셌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1위가 확정된 뒤 “이제부터 화해의 시대를 열자”고 호소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총리를 지낸 쿠친스키는 반(反)후지모리 정서에 힘입어 결선투표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페루인의 보통 삶과는 동떨어진 귀족적 생활을 해 거부감이 많다. 미국 여권이 있는 이중국적자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얀타 우말라 현 대통령이 좌파 출신이지만 좌파 후보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유가, 지하자원 가격하락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좌파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미 각국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손병호 기자
‘독재자 딸’ 후지모리 페루 대선 1위… 과반 안돼 6월 결선
입력 2016-04-11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