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의당 지지도가 상승세를 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추세가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마지노선인 20석 돌파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당은 35∼40석 획득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운영될 것 같은 분위기가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계파공천 등 국민 여론을 무시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역주행에 대한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호남발 ‘녹색바람’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거의 대등한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여론조사도 있다.
그러나 지역구 사정은 딴판이다.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선 안철수 공동대표 홀로 선두권을 유지할 뿐 당선권에 든 후보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의당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당력을 호남에 집중한 이유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하고 존립마저 위태롭다.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절박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들의 지나친 ‘호남 마케팅’은 국민의당이 내세운 새 정치에 배치될 뿐 아니라 또 다른 지역색을 조장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호남당이면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지역에선 국민의당 후보가 낙선되든 말든 호남에서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보다 손쉬운 선거운동은 없다. 여야 지역 대결로도 모자라 야권마저 영·호남으로 이간해 제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건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대의를 그르치는 잘못을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호남행에 나서자 국민의당이 발끈했다. 국민의당 주장대로 호남 민심이 더민주에서 떠났다면 민감하게 반응할 까닭이 없다. 여론은 수시로 변한다. 우리 정당사에 지역 정당을 표방해 성공한 정당은 없다. 충청을 연고로 한 자민련이 한때 기세를 올렸지만 결국 단명했다. 전국정당이 되지 않고서는 국민의당 또한 자민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설] “호남당이면 어떤가”라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입력 2016-04-11 17:29 수정 2016-04-12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