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 강릉을 그리다… 60여년 만에 귀향 소설가 ‘윤후명’

입력 2016-04-11 18:30
여덟 살 때 떠난 고향 강릉을 일흔이 돼 다시 돌아갔다. 지난해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에 있는 ‘문화작은도서관’의 명예관장이 된 것이다. 60년이 넘는 공백이다. 고향으로의 회귀는 신작 소설집 ‘강릉’의 탄생 계기가 됐다. 작가는 “강릉은 내 처음이자 마지막 놓이는 어떤 것”이라고 했다. 내년 등단 50주년을 앞둔 소설가 윤후명(70·사진) 얘기다.

1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윤 작가는 “강릉에 얽힌 자연, 풍습, 민속, 역사 등을 소설을 통해 형상화했다”며 “이 소설집은 강릉의 인문학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수록된 소설 10편은 모두 강릉과 얽혀 있다. 알타이족의 음유시인에게 바다를 보여주며 ‘아름답다’는 말을 나누고 싶어 하거나(‘알타이족장께 드리는 편지’), 강릉 가는 길에 가마를 멈춘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다 바친 ‘헌화가’의 노인이 되어보거나(‘눈속의 시인학교’), 고향 바다의 방파제를 다녀온 뒤 호랑이밥이 되고 머리만 남았다는 처녀의 환상에 사로잡히는(‘방파제를 위하여’) 이야기 등등.

신작 소설집이지만 1979년의 소설 데뷔작 ‘산역’을 마지막에 수록했다. 산역 역시 강릉에 관한 얘기다.

어릴 때 떠난 강릉은 그립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것, 창작의 원천으로서 애틋한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고향 도서관의 명예관장직을 맡으면서 처음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온 작가는 묵은 숙제를 해치우듯 강릉에 대한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도서관에는 작가의 육필원고와 집필도구, 책, 사진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소설집 ‘강릉’은 앞으로 은행나무 출판사에 낼 총 12권의 ‘윤후명 소설전집’의 첫 권이다. 윤후명 소설전집은 강릉을 출발해 고비 사막을 지나 알타이를 넘어 마침내 ‘나로 회귀하는’ 방황과 탐구의 여정이다. 그는 “내가 쓰는 모든 소설은 하나의 소설이다. 결국은 전 인생에 걸쳐 소설 1권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모든 소설은 작가가 가진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하나로 수렴되는 세계관을 ‘북방민족의 야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