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공천과 선거운동 기간 중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던 단어 가운데 하나가 ‘패거리’다. 옛날에 관청에서 함께 근무를 서는 40∼50명 되는 조를 패(牌)라고 했다. 군대의 가장 작은 단위였다고도 한다. ‘건달 패거리’ ‘완장 찬 패거리’ 같은 표현에서 보듯 집단적으로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완력으로 남을 대하거나 자기 말에 동조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분위기가 흠씬 배어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에서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홀로 주장하기보다 다수의 의견이 관철되기 훨씬 쉽고, 세력이 형성돼야 뭔가 하더라도 할 수 있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특정 부류가 패거리 정치로 불리는 것은 유권자들의 불편한 시각, 사회적 이익보다는 손실이 많다고 보는 생각들이 반영됐기 때문이리라.
패거리의 속성은 단단한 결속력이다. 특히 웬만한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서 잘만 되면 권력을 독식하거나 이른바 패권을 추구할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를 선악 개념으로 보고, 자기편이 아니면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구분법은 정치인 최고 덕목인 균형감각과 책임성을 상실케 한다.
각자도생으로, 패거리의 힘에 의존해 모두가 열심히 달렸겠지만 승자보다는 패자가 많을 것이다. 정치판에서 이기면 자기가 잘해서 이긴 것이고, 지면 남 탓인 데다 이유도 100가지가 넘는다. 이번 선거에 패거리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다. 현역이든 아니든 이미지가 겹치는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패거리들의 막장 공천이나 ‘이래도 안 찍을래’ 하는 겁박형 정치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혐오감마저 안겨줬다. 물론 자기들끼리는 결국 수십년 찍어온 유권자들이 욕하다가도 투표장에서는 다소곳이 표를 안겨줄 것이라고 계산한다. 그들의 읍소는 딱 투표일까지다. 친노와 친박의 성적표가 어찌될까.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패거리
입력 2016-04-1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