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나뭇조각 ‘뚝딱’ 동화나라 ‘뚝딱’

입력 2016-04-11 19:22
매뉴얼 없는 이야기나무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놀이의 도구, 배움의 도구, 스토리텔링의 도구, 마음을 여는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저마다 다른 나이테, 껍질, 색깔이 다른 이야기나무 조각은 그 하나로 자연을 담고 있는 예술작품이다. 또한 조각들이 하나둘씩 더해져 무엇이든 끝없이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서울 녹번동 장난감 재활용 업체를 찾은 어린이와 엄마가 이야기나무 조각들로 나무와 곤충 모양으로 나뭇조각을 붙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 마을 공방에 5명의 조합원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전민걸 조합 이사장이 가로수와 조경수에서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을 수거하고 있다(아래).
여러가지 협동조합 공방에서 건조된 나무를 알맞은 블록 크기로 절단하고 있다(위).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협동조합의 나무블록을 쥐여주면 가르치지 않아도 즐겁게 논다. 칠판에 조각을 이어 붙여 이야기가 되고, 마커펜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이야기나무' 조각들로 자신들이 상상하는 모양을 만들어 보고 있다.(아래).
이야기나무 블록 장난감에 쓰이는 나무를 습도 조절이 잘된 상온에서 6개월 정도 건조해 보관하고 있다.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모인 아빠들이 버려진 나뭇조각으로 놀잇감을 만드는 ‘여러가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 마을 공방에 모인 5명의 아빠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각자 미뤄뒀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재활용해도 기껏해야 땔감으로 쓰일 가로수와 조경수, 산림 등지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잘라 자석을 붙여 ‘이야기나무’라는 블록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마을공동체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 대해 고민하다 생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아빠들의 직업은 그림책 작가부터 회계사, 기자, 목수와 사회적 기업가까지 다양했다. 목수는 제품 개발, 그림책 작가는 콘텐츠, 기자는 홍보, 사회적 기업가는 영업, 회계사는 재정을 담당했다. 기획과 생산은 모두 같이하기로 했다.

재료는 우리가 잘 아는 느티나무, 벚나무, 자작나무, 왕버즘나무, 은행나무, 살구나무, 아카시아나무, 참나무, 뽕나무 등을 사용했다. 황벽나무, 소태나무, 참느릅나무, 산뽕나무, 쪽동백나무, 굴참나무 등 접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이들 나무는 같은 수종과 비슷한 모양의 조각이라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가져온 나무는 습도 조절이 잘 된 상온에서 6개월 정도 건조시키되 어떤 화학 처리도 하지 않는다. 나무 본래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공을 최소화했고 껍질을 그대로 남겼다. 여기에 오일 처리도 하지 않고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나무의 원래 색깔, 질감과 향기를 그대로 전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협동조합 이사장 전민걸(43)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완구는 화학물질로 만들어 아이들 정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물려주고픈 유산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우리가 갖고 놀던 돌과 나무를 돌려주고 우리가 누리던 산과 들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은 앞으로 아이들이 만들어 노는 모습을 살려 이야기나무 폰트도 개발할 계획이다.

글·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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