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를 목적으로 모인 아빠들이 버려진 나뭇조각으로 놀잇감을 만드는 ‘여러가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 마을 공방에 모인 5명의 아빠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각자 미뤄뒀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재활용해도 기껏해야 땔감으로 쓰일 가로수와 조경수, 산림 등지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잘라 자석을 붙여 ‘이야기나무’라는 블록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마을공동체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 대해 고민하다 생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아빠들의 직업은 그림책 작가부터 회계사, 기자, 목수와 사회적 기업가까지 다양했다. 목수는 제품 개발, 그림책 작가는 콘텐츠, 기자는 홍보, 사회적 기업가는 영업, 회계사는 재정을 담당했다. 기획과 생산은 모두 같이하기로 했다.
재료는 우리가 잘 아는 느티나무, 벚나무, 자작나무, 왕버즘나무, 은행나무, 살구나무, 아카시아나무, 참나무, 뽕나무 등을 사용했다. 황벽나무, 소태나무, 참느릅나무, 산뽕나무, 쪽동백나무, 굴참나무 등 접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이들 나무는 같은 수종과 비슷한 모양의 조각이라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가져온 나무는 습도 조절이 잘 된 상온에서 6개월 정도 건조시키되 어떤 화학 처리도 하지 않는다. 나무 본래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공을 최소화했고 껍질을 그대로 남겼다. 여기에 오일 처리도 하지 않고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나무의 원래 색깔, 질감과 향기를 그대로 전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협동조합 이사장 전민걸(43)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완구는 화학물질로 만들어 아이들 정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물려주고픈 유산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우리가 갖고 놀던 돌과 나무를 돌려주고 우리가 누리던 산과 들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은 앞으로 아이들이 만들어 노는 모습을 살려 이야기나무 폰트도 개발할 계획이다.
글·사진=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앵글속 세상] 나뭇조각 ‘뚝딱’ 동화나라 ‘뚝딱’
입력 2016-04-11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