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여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집단 탈출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10일 북측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베이징 왕징(望京)에 위치한 북한 식당 옥류관을 찾았다.
보통 저녁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7시30분보다 30분 일찍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사이 담당 종업원에게 탈북자 뉴스에 대해 물었더니 “모르는 일입네다. 우리는 조국을 배반한 사람들과는 상대하지 않습네다”라는 말이 나왔다. 다른 종업원에게 물어도 “우리보다 더 잘 알지 않습네까”로 시작하는 같은 답변이 나왔다. 사전에 입을 맞춘 듯한 답변이었다. 그만큼 탈북 상황을 숨기려는 눈치였다.
1층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 영업은 2층에서만 이뤄졌다. 영업공간이 좁아진 데다 주말 저녁시간이라 공연을 볼 수 있는 큰 방의 다섯 테이블은 모두 찼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개별 공연을 볼 수 있는 나머지 7개의 작은 방도 손님이 일부 차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은 7시40분 공연 시작을 알리는 인사와 함께 다양한 공연이 20여분간 펼쳐졌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끝까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내용의 ‘고백’이라는 노래와 가야금 공연이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에서 영업을 하는 북한 식당 가운데 한국 관광객 비중이 높은 곳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랴오닝성 등 동북 3성 북한 식당의 경우 폐업을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옥류관의 한 종업원은 “우리가 망했다고 소문이 난 모양인데 중국 손님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손님들이 줄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화 상납에 시달리는 북한 식당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다른 북한 식당인 평양대성산관은 최근 찾았을 때 종업원들이 무선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면서 테이블을 돌며 서비스를 했다. 자연스럽게 팁이 건네졌다. 이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옥류관은 현재 13년 된 낡은 인테리어를 뜯어고치고 가족 단위 손님을 유치하려고 직접 불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이번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3명 탈북자들은 우리 당국에 “유엔 대북제재 이후 북한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탈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며 민주주의를 알게 됐다”거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돼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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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일… 우리보다 잘 알지 않습네까” 종업원 집단 탈북 관련 입 맞춘 답변만
입력 2016-04-11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