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민간근무휴직제’ 관리 구멍] 민간 경쟁력 배우기? 공무원도 기업도 “유명무실”
입력 2016-04-11 04:00
2008년 이후 민관 유착을 이유로 사실상 폐지됐던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는 올해 57명의 중앙부처 공무원이 민간기업으로 진출하면서 부활했다. 그러나 시행 3개월이 지난 지금 민간기업으로 간 공무원도, 그들을 받은 기업도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인카드 등 기업마다 천차만별인 급여 외 지원도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기업 따라 처우 천차만별, 복불복(福不福) 공무원=같은 대기업이라도 어떤 그룹은 임원급으로 온 공무원에게 법인카드를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 4대 그룹 소속 A서기관은 10일 “연봉계약서상 급여 외에 법인카드 등 일절 지원이 없다”면서 “세종에서 출퇴근하는데 사실상 경제적으로 손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 대기업은 부장급으로 선발한 공무원에게 상무 직함을 주고 수백만원의 판공비와 개인 사무실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를 확대 시행하면서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민간기업 급여는 공무원 보수의 1.3배(성과급 포함 1.5배)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기업과 대상 공무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이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업무 면에서도 공무원은 대부분 지원, 교육 등 기업 핵심 분야와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 부장급 이상 직위를 받고 갔지만 지난 3개월 동안 한 번이라도 결재라인에 서본 적 있는 공무원은 극소수였다. B서기관은 “인사혁신처가 기업과 부처 간 중매만 섰지 결혼생활을 제대로 할 여건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며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1년 만에 돌아갈 공무원에게 일 못 준다는 기업=공무원을 받은 기업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모 기업 관계자는 “민간휴직 공무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부서에서 서로 안 받으려 핑퐁 게임을 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1년 뒤면 돌아갈 공무원에게 책임지는 업무를 부여할 수도 없고, 기업 비밀을 말하기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일부 부서에서는 해당 공무원 몰래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기업 기밀과 관련, 기업과 공무원 간 이견으로 공무원이 3개월 만에 부처로 돌아오는 일도 일어났다. 대기업 소속 한 과장급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회의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쫓겨났다. 이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인사처와 해당 부처는 논의 끝에 이 공무원을 지난달 말 원대복귀시켰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아예 핵심 업무에서 배제한 채 정책자문 역할만 주고 있다. 모 대기업 대관(對官) 담당 관계자는 “기업들 대부분이 정부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을 할당받은 상황”이라며 “이들로부터 업무상 조력을 받기보다는 복귀 후 해당 부처의 대관 업무에 도움이 되는 ‘보험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 없는 인사혁신처=인사처는 기업마다 천차만별인 급여 외 지원과 직급 뻥튀기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사처가 법인카드 등 업무용 비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사전에 정하지 않아 특혜성 지원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조만간 민간휴직 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근태 및 급여 외 지원 여부에 대한 점검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사처는 내년에는 민간휴직 대상을 100명선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부 정책팀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