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車 배기가스, 최악 미세먼지 ‘공범’… 주말 전국이 ‘콜록’ 원인·전망

입력 2016-04-11 04:03
10일 서울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이날까지 사흘 연속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뒤편으로 보이는 강 건너 풍경은 온통 뿌연 미세먼지뿐이다. 곽경근 선임기자
지난 9∼10일 주말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전국적으로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상태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공장에서 뿜어내는 오염물질이 켜켜이 쌓이고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가 가세하며 뿌옇고 답답한 최악의 대기상태를 만들어냈다.

한국환경공단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9일 평균 117㎍/㎥, 10일 평균(오후 6시 기준) 138㎍/㎥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부산도 9일 101㎍/㎥, 10일 111㎍/㎥를 기록했고, 9일 미세먼지 농도가 151㎍/㎥로 가장 짙었던 전북은 10일 148㎍/㎥를 기록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지름)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그보다 훨씬 작은 2.5㎛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미세먼지는 81∼150㎍/㎥(24시간 평균)의 수치일 때 ‘나쁨’, 151 이상이면 ‘매우 나쁨’ 등급이다.

일반적으로 봄철에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보며 중국에서부터 불어온 황사를 탓한다. 하지만 주범은 따로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3년 경유차 배기가스 등 ‘국내 배출’이 미세먼지의 50∼70%를 차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백령도와 서울·대전·광주 등 대도시의 초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한 결과 백령도는 발전소·공장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황산염)가 많지만 대도시의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질산염)와 황산염이 비슷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의 최대 원인을 중국에서부터 날아온 오염물질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에서부터 날아오는 스모그와 황사는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공범에 그친다. 이승묵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국내에 쌓인 미세먼지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생성된 미세먼지가 반반이라고 보면 된다”며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은 중국발 스모그와 황사의 영향이 큰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도 대기오염을 부추긴다. 평지가 많은 유럽의 도시들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오염물질이 쉽게 빠져나간다. 그러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우리나라 도시들은 대기 정체 현상이 일어나면 오염물질이 켜켜이 쌓이게 된다.

지난 주말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은 이유도 봄철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순환하지 않고 정체했기 때문이다. 주말 내내 한반도에 자리 잡은 고기압은 기압골이 가파르지 않아 바람이 덜 불면서 정체 현상을 빚었다. 이 탓에 자동차, 공장 등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대기 중에 계속 쌓이게 됐다. 여기에 중국 만주지역에서 발원한 옅은 황사와 스모그가 더해져 미세먼지가 심해졌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미세먼지 농도가 11일 오전부터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라도, 경남, 제주도 지역은 ‘나쁨’을 기록하겠지만 그 밖의 다른 지역은 ‘한때 나쁨’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봤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