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과거의 내용이 많다. 이게 뭐, 다른 의미가 있는 기사인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과 관련한 주요 과제를 수행해온 기획재정부 한 간부가 지난 4일 오전에 전화를 걸어 왔다. ‘눈먼 돈 국고보조금’ 보도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거론된 사례들이 예전에 발생한 부정수급일 뿐이며, 정부의 각종 대책 등 개선 노력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런데 줄줄 샌 국고보조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 정부로선 할 말이 못 된다.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의 문제제기는 부정을 일으키는 보조사업자뿐 아니라 잘못 쓰인 혈세의 현황 파악마저 힘들어하는 중앙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보도 직후 보건복지부가 “국고보조금 이외의 재원에 따른 복지사업 부정수급 현황까지 포함돼 있다”며 다급히 알려왔지만, 정작 기재부는 며칠 뒤 “국민일보에 보도된 1914억원이 정부가 확인해줄 수 있는 액수”라고 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가?
기재부는 그저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화려한지 계속 말하고 싶어 한다. 전화를 걸어온 그 간부는 “지난해 12월 관련법을 개정했고, 내년 7월 시행되려던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은 6개월 당겨져 내년 1월 시행된다”고 강변했다. 사업자 선정부터 사후관리까지 굉장히 많은 제도를 개선·강화했다며 “기사의 많은 부분은 제도 도입 이후 정비가 되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개선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검찰의 국고보조금 편취사범 수사 현황은 입건자와 구속자, 부정수급액이 전부 ‘우상향’하고 있다. 회계상 국고보조금과 분리되는 정부출연금으로까지 시각을 확대하면 재정누수 정도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제도가 고쳐졌어야 할 시점은 훨씬 예전이었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다시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은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기자는 모바일리서치 전문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319명에게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73.4%가 ‘관리를 못한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골랐다. ‘범죄를 일으키는 보조사업자’를 지목한 14.7%보다 압도적이다.
연속 보도를 마치지만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상당수 정부 관계자들은 보도가 나가는 내내 책임을 다시 거론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자신들의 업적만 조명되길 바랐다.
이경원 사회부 기자 neosarim@kmib.co.kr
[현장기자-이경원] 모두가 옛날 얘기라고 하는 정부에게
입력 2016-04-11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