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시골 노인회장 선거도 돈 뿌리는 세상

입력 2016-04-10 20:26

전국 일부 지역에서 노인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명예와 권한을 거머쥔 노인회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노인회장은 지역에서 가장 어르신 대접을 받는다. 명예직이지만 실질적인 혜택과 권한도 상당하다. 노인회 사무국장 등 직원을 임명할 수 있고 자문위원도 위촉할 수 있다. 노인회는 노인대학 운영, 게이트볼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자체의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노인회는 규모에 따라 한 해 예산이 수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노인회장은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 노인계를 대표해 참석하는 등 지역에서 ‘작은 권력’을 누린다. 일부 지자체는 노인회장에게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차량 유지비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노인회장을 선출하면서 후보 간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이유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10일 최근 대한노인회 제천시지회장에 당선된 김모(73)씨를 업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월 26일 열린 16대 제천시노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각각 10만∼20만원의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5명이 출마한 선거에서 전체 324표 중 128표를 얻어 당선됐고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하지만 김씨가 일부 대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노인회는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규명에 나섰고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람이 10명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금품 제공이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명백한 업무방해죄에 해당돼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문경에서도 지난 2월 시내 곳곳의 경로당 등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투서가 뿌려져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노인회 각급 회장 선출·선거관리 규정에는 후보자가 금품, 향응, 음식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운동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면 당선무효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면서 노인회장의 권한과 위상이 높아졌다”며 “노인회장은 명예직이지만 지역 어르신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갈수록 선거가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