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DIY 총기 테러 확산

입력 2016-04-10 20:19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구역인 서안지구에서 재료를 구입해 직접 만드는 DIY(Do It Yorself·자체 제작) 총기가 유행한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테러에서 칼을 주로 이용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이 값싼 DIY 총기를 사용하면서 폭력이 조직화될 위협이 커졌다.

서안지구에서 총기 구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기 소지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데다 2000∼2005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의 반이스라엘 독립투쟁) 이후 미국에서 훈련받은 현지 군 병력이 철저하게 총기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문제다. M16 소총은 팔레스타인인 평균 연봉의 배에 달하는 1만5000달러(약 1730만원)에 거래된다.

하지만 최근 보급되는 DIY 기관단총인 ‘카를로’는 다르다. 이 총은 1940년 스웨덴 출신 카를 구스타프가 만들었고 범죄조직이 약 15년 전 이스라엘로 가져왔다. 최근에는 일반인 사이에서 조립 제작이 유행처럼 번지는데, 부품 가격이 고작 500달러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구입해 테러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체의 10% 수준이었던 총기 사용 테러가 지난 1월부터 30%까지 급증했다. 지난 2월에는 물파이프로 만든 DIY 총기로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순찰하던 이스라엘 여경이 살해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및 유대교·이슬람교 공동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참배 제한 문제를 놓고 갈등이 고조됐다. 지난 6개월간 이스라엘인 3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이나 민간인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도 최소 120명이다. 지금까지는 개인 테러리스트에 의한 테러가 많았지만 총기 사용으로 이 테러리스트들이 소규모 그룹화되는 추세다. 이스라엘 군관계자는 “총기 DIY가 하나의 성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서안지역의 정체된 경제상황이 풀리는 것이 이 폭력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