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유 영역이었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에 11일부터 은행도 뛰어든다. 고객이 직접 투자 상품을 결정하던 ‘신탁형’ ISA와 달리 ‘일임형’ ISA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뒤 관련 권한을 일임 받아 돈을 대신 굴려주는 방식이다. 11일부터 신한·KB국민·우리·기업은행 등이 먼저 상품을 팔기 시작한다. 은행 창구에서 일임형 ISA를 문의하기에 앞서 금융 소비자가 꼭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은행의 일임형 판매는 처음
투자일임업은 그동안 증권사만의 영토였다. 펀드나 파생상품 등 공격적 투자를 하는 노하우는 은행보다 증권사 쪽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ISA에 한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서 판도가 변하게 됐다. 당장 11일부터 700곳이 넘는 시중은행 지점에서 관련 상품이 판매됨에 따라 원리금 손실도 가능한 금융상품이 창구에서 쉽게 예금자들과 만날 기회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신탁형보다 고비용 고위험 고수익
위험한 투자라는 건 고수익 투자란 뜻이기도 하다. 증권사 일임형의 경우 펀드매니저 등이 직접 자산을 운용해 위험 수익이 더 붙는 경향이 있는데, 은행권 일임형은 이보다 위험도를 조금 낮췄다. 미리 정해진 모델 포트폴리오 7개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일임형 ISA 모델 포트폴리오의 이름은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구분된다. ‘위험’을 전면에 내세운 이름들이다. 기업은행은 인공지능인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자산배분을 결정한다. ‘고위험’의 경우 최소 5만원부터 1회 납입이 가능한데, 해외선진국 펀드 및 국내성장형 펀드 비중이 높다. 이를 맡기는 대가로 소비자는 ‘일임 보수’ 명목으로 맡긴 금액의 0.5%를 지급해야 한다. 고비용 고위험 고수익 투자란 의미다.
신한·국민·우리·기업부터, 농협·하나는 나중에
일임형 ISA 상품 출시를 조금 미룬 은행도 있다. 농협은행은 오는 20일 이후에, KEB하나은행도 관련 상품이 설계되는 대로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에 따라 일임형 ISA 출시에 시차가 있는 것은 금융 당국의 관련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먼저 일임형 영업 등록을 하고 관련 모델 포트폴리오를 당국에 제안한 뒤 영업일 기준으로 7일 이상 심사를 거쳐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3개월 투자수익 지켜본 뒤 결정
모든 금융투자의 공통 공식인데, 아직까지 은행의 일임형 ISA가 어떤 실적을 낼지 예측할 수는 없다. 3개월 정도 모델 포트폴리오를 굴려봐야 은행별 모델별 수익률 평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까지 금융사별 신탁형 일임형 보수 등 비용과 수익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비교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 관계자도 “ISA는 5년간 돈이 묶이는 만큼 충분한 실적 비교 후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은행 일임형 ISA, 증권사보다 위험 낮춰
입력 2016-04-10 20:13 수정 2016-04-10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