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교실에 모인 50여명의 아이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5∼7살 어린아이에겐 생소한 물음이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머뭇거리던 한 아이가 “혼날 때요”라고 말하자 “‘때찌’ 할 때요” “저도요”라는 답이 이어졌다.
난해한 질문을 던진 이는 경찰정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서울 구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한원우(36) 경장이다. 답을 한 아이들은 구로구 제일어린이집에 다닌다. 지난 7일 어린이집에서는 아동학대 예방교육이 진행됐다. 구로경찰서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잦아지자 경찰관이 직접 관내 어린이집을 찾아가 교육을 하기로 했다. 이날이 첫 번째 날이었다.
“그럼 동영상 보고 같이 얘기해 봐요. 여기에는 사랑하지 않으면 하는 행동들이 나와요.” 한 경장이 5분 분량의 영상을 틀었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교육적 방임 등을 아이들 수준에 맞춰 그린 만화영화다.
만화영화 속 아이는 아버지가 손을 올리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는 화분을 집어던지며 “이런 멍청한 놈”이라고 소리쳤다. 어머니는 “넌 내 아들도 아니야. 당장 나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손이나 발, 물건을 이용해 아이를 때리는 것은 신체학대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을 가하는 것은 정서학대로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바바리코트를 입은 어른이 아이들 앞에서 코트를 열어 보인다. 아이들은 놀라 주저앉았다. ‘어른이 아이들 몸을 만지면 안 돼요’라는 설명이 함께 나왔다. 설명하기 힘든 성학대나 교육적 방임도 만화영화로 쉽게 풀어냈다. 영상이 거의 끝날 때쯤 만화영화에 등장하던 캐릭터들이 나왔다. “이런 일을 당하면 112를 꼭 기억해줘.”
아이들은 입을 벌린 채 화면에 집중했다. 만화영화가 끝나자 한 경장은 “잘못하면 혼날 수도 있는데, 엄마 아빠가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면?”이라고 물었다. 아이들이 입을 모아 “안 돼요”라고 답했다. 이어 한 경장은 “여러분은 모두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예요. 부모님이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으면 선생님이나 경찰에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꽤 열심히 들은 눈치였다. 구슬반 유은재(7)양은 “엄마 아빠가 사랑하지 않는 것 같으면 ‘사랑해 달라’고 말할 거예요”라고 했다. 한 경장은 “어린아이들이 교육적 측면의 훈육과 아동학대를 헷갈릴까봐 걱정된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교육을 통해 아동학대의 당사자인 아이들이 학대를 인지하고 주변에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김판 기자 pan@kmib.co.kr
“엄마가 혼내면 사랑해 달라 말할 거예요”
입력 2016-04-10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