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기업들은 대체 생산 부지를 찾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국내 공장까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입주기업 123곳 가운데 49개사는 개성공단의 공장이 전부다. 이들은 대체 생산 부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도 대체 부지 찾기를 돕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코트라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 19개 업체와 함께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베트남에 생산 부지를 짓기 위해선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베트남의 인건비가 비싼 것도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다. 베트남 근로자의 인건비는 개성공단 근로자보다 1인당 월평균 20∼30달러 비싸다. 8일 귀국한 A사 대표는 “아직까지 관망하고 있다”며 “인건비나 공장 부지 마련비가 개성보다 훨씬 비싸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외에는 공장이 없는 B사 대표도 “건물을 지어 생산 부지를 다시 구성하려면 1∼2년 걸릴 것 같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반면 인력난을 걱정하는 제조업체 F사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보름 후부터 베트남을 다섯 차례 오가는 등 현지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도 국내 부지를 찾고 싶지만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인력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F사는 베트남 진출을 곧 확정할 계획이다.
일부 업체는 국내에서 대체 부지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D사 대표는 “굳이 해외로 나간다 하더라도 개성 같은 저임금 고인력을 구할 수 없다”며 “국내에 있던 작은 공장을 확대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기업의 부채 상황이 악화됐다는 E사의 경우 베트남에 새롭게 투자하는 것이 버거운 상황이다. E사 대표는 “국내에서 작게라도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돌리고 싶다”며 “개성공단만한 제조 환경이 없어 국외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망설이는 건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이유도 있다. F사 대표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을 위해 저리의 공장부지 대출 등 지원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개성공단 기업 대체부지 속앓이
입력 2016-04-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