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의 아들’ 새누리당 정태근 권토중래 vs ‘성북 자존심’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정권심판

입력 2016-04-10 21:24
정태근 새누리당 후보(오른쪽)가 10일 서울 성북구의 한 상가 앞에서 지나가던 유권자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태근 후보 제공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10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유승희 후보 제공
10일 오전 8시. 서울 성북구 정릉 북한산국립공원 앞에 새누리당 정태근,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후보의 유세차가 들어섰다. 4·13총선 전 마지막 주말 두 후보가 상춘객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곧이어 파란색 야구점퍼를 입은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도착했다. 김 대표는 4년 전 19대 총선 땐 유 후보와 맞붙었던 정 후보 지원 유세를 했던 ‘인연’이 있다. 이날 김 대표와 유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 맞잡은 손을 번쩍 들며 ‘기호 2번’을 외칠 때, 정 후보는 50m 떨어진 곳에서 등산객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눈인사를 나눴다. 김 대표는 30분간 머무르다 차를 타고 떠났다. 양측 선거운동원들은 “지금 성북에선 조용한 혈전(血戰)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성북의 아들’ 鄭의 설욕전…“문제는 정치”=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 성북갑에 출마했다. 결과는 유재건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에게 패해 낙선. 17대 때도 도전장을 냈지만 떨어졌고, 18대에 이르러서야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9대 총선을 4개월 앞둔 2011년 12월 한나라당 재창당 운동을 주도하다 김성식 전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 여당 내 쇄신파로 확실하게 각인된 계기다. 무소속으로 나선 총선 결과는 또다시 낙선. 그는 바닥 민심을 다지면서 권토중래를 준비해 왔다.

정 후보는 선거운동 내내 조용한 유세에 초점을 맞췄다.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대신 골프장에서 쓰는 전동 카트를 빌려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이날 숭덕초등학교에서 열린 숭덕배드민턴클럽 한마음 큰잔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면서도 선거의 ‘선’자는 꺼내지도 않았다. 숭덕초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요란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믿음이 간다”고 했다.

정 후보는 경전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고, 초·중등 교육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친화적인 무장애 시범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현수막에 적힌 ‘1964년 보문동 출생, 성북의 아들’ 문구에서 보듯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성북갑은 대학교 5곳이 몰려 있는 등 야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 후보가 기회의 사다리를 통해 좌절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젊은층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유쾌한 승리의 희망’ 兪 “불통정권 독주 막겠다”=유 후보의 강점은 밀착 스킨십이다. 북한산 입구에서 ‘성북에 가면 2번을 찍으세요∼’ 로고송에 맞춰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유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지원 유세를 나온 김 대표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유 후보를 쳐다봤다. 유 후보는 “불통·무능 정권의 독주를 확실히 막아 내겠다”며 “성북의 자존심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고 표심을 자극했다. 오후엔 정릉시장과 삼선시장을 돌며 총력 유세를 벌였다. 유 후보의 남편인 유종성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교수도 유 후보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발로 뛰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1995년 광명시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유 후보는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올해 초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때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서 5시간20분간 발언해 유명세를 탔다. 그 여세를 몰아 선거운동 첫날 성북갑의 11개 동을 11시간 동안 전부 도는 ‘필리버스터 유세’를 했다.

정릉교회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야권 지지자들이 결국은 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고, 대신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는 없을 거란 얘기다.

이렇듯 성북갑 민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 등록 전인 지난달 초만 해도 유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섰는데 역전된 것이다. 국민의당 도천수 후보가 유 후보 표를 잠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도 후보는 “국민을 생각하는 정당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꾸준하게 10%대 지지를 얻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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