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정치 테마주

입력 2016-04-10 17:42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멸치값이 폭등했다. 1995년 남해안 기름유출 사고로 멸치 어획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탓이 컸지만 대통령의 아버지가 멸치어선 선주여서 멸치값이 올랐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청와대가 멸치값까지 개입했겠느냐마는 멸치가 안 잡히는데도 수입량 늘릴 생각을 하지 않았던 담당 공무원의 마음속에선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작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마다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지만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헌법 조항이 잘 지켜진다고 믿는 사람도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 정부가 모든 산업을 골고루 챙길 수 없으니 결과적으로 특혜니 음모니 하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정치인 테마주가 그런 특혜론과 음모설의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엔 김무성부터 문재인 안철수 심지어 유승민 테마주까지 등장해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어느 기업의 대주주가 어느 정치인과 고교 동창이거나 친인척, 혹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게 근거다. 지난 대선 때도 박근혜 후보의 친인척이 관련된 기업이 테마주로 등장했다.

정치 테마주가 꼭 후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 미국, 유럽에서도 선거 결과에 따라 특정 산업의 주가가 요동을 치기도 한다. 근거 없는 바람몰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운 게 역대 대통령의 재임 기간 대통령 고향에 개발사업이 급증하고, 멸치값이 폭등하는 사례도 있었다.

더욱이 이번 20대 총선에선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부터 주요 정당마다 국민의 뜻을 묻기보다 권력을 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밀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쳤으니, 수많은 기업 중 몇 개를 밀어주는 일이야 대수롭지 않을 거라 여기는 게 더 합리적이다. 증시에서 박근혜 테마주는 이제 관심 밖이고 야당 정치인이나 탈당 정치인 테마주가 떠오르는 걸 보면 차라리 더 냉철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정치 테마주는 그 근처에도 얼쩡대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