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7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아프리카 국가의 대사관저에 40대 후반의 남성이 담을 넘어 침입했다. 당시 대사가 휴가를 떠나 관저는 비어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무도 없는 관저 안을 마구 헤집어 놨다. 샤워를 하고 냉장고를 열어 안에 있던 음식을 꺼내 먹었고, 컴퓨터를 부수고 물건을 내팽개치기도 했다. 다음 날 출근한 관저 직원은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 “괴한이 침입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관저 주변을 배회하던 김씨를 체포했다. 을지로 일대에서 노숙하던 김씨는 당시 경찰에 “배가 고파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끝나는 듯했지만 김씨는 4개월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대사관저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정문의 벨을 눌렀다. 관저 직원이 문을 열어주자 김씨는 “사과하러 왔다”며 횡설수설했다.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무서웠던 관저 직원과 대사는 김씨에게 나가라고 한 뒤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김씨가 무단침입을 한 것도 아니고 나가라는 얘기에 순순히 밖으로 나갔지만, 두 번이나 관저를 찾아간 행위 자체가 위협감과 불안감을 줬다고 판단해 범칙금 처분을 내렸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외국대사관저서 샤워하고 음식 꺼내먹은 노숙인
입력 2016-04-10 20:25 수정 2016-04-10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