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비염 ‘3大 특징’ 변했다

입력 2016-04-11 18:49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박사(병원장)가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일년 내내 맑은 콧물을 흘리고 코가 막혀 괴로움을 호소하는 한 중년 남성환자의 콧속을 살펴보고 있다.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제공
알레르기비염 발생에 관한 3대 상식이 깨졌다. 먼저 ‘계절성’에서 연중 발생하는 ‘통년성’으로 바뀌어 계절적 특성이 사라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강아지털과 고양이털이 집먼지 진드기 못지않은 알레르기 유발 항원으로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재채기와 코막힘, 콧물 외에 코골이가 주요 증상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정도광 박사팀은 2014년 한 해 동안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 알레르기 비염 의심 증상으로 방문해 진료를 받은 남녀환자 1158명의 의무기록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중 피부반응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비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841명(72.6%)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64.9%로 여성(35.1%)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29.5%, 19.9%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그동안 알레르기 비염은 주로 환절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환절기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을 제외하고 겨울(12∼2월)이 전체의 27.6%를 차지해 가장 많았지만, 봄(3∼5월)과 가을(9∼11월)도 각각 25.3%, 24.6%의 분포를 보여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알레르기 비염의 계절적 특성이 사라지고, 사실상 연중 발생하는 통년성 질환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비염을 일으키는 주요 알레르기 항원에 강아지털과 고양이털이 새로이 합류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항원 중 집먼지 진드기가 전체 환자의 93.6%에서 발견돼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이어 강아지털(31.9%)이 가을철 꽃가루(26.2%)와 봄철 꽃가루(23.5%)를 밀어내고 두 번째로 흔한 원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양이털이 원인이 돼 비염이 악화된 환자도 10명 중 2명(20.8%)에 이르렀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강아지털과 고양이털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항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의 3대 증상은 코막힘과 콧물, 재채기다. 코와 눈의 가려움, 후각저하, 후비루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비염 환자들 중 약 20%가 코골이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비염이 있으면 잠잘 때 코를 골기도 쉽다는 얘기다.

알레르기 비염은 증상에 따라 약물과 수술요법으로 치료한다. 코막힘이 심한 환자는 ‘하비갑개점막하절제술’과 고주파 수술, 아르곤 플라즈마 응고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하비갑개점막하절제술은 하비갑개 뼈(양쪽 콧구멍 안쪽에 솟은 작은 뼈)가 커졌을 때 뼈 크기를 줄이는 시술, 고주파수술은 코 점막이 부어올라 비대해졌을 때 고주파로 지져 축소시켜주는 수술이다. 콧물과 재채기가 심한 환자들은 코 점막의 예민도(민감도)를 떨어트려 둔하게 만들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들 치료를 받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만족도는 87%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증상별 치료효과는 코막힘 90.4%, 콧물 87.8%, 재채기 88.1% 등으로 나타났다. 정도광 박사(병원장)는 “잘 낫지 않던 알레르기 비염도 개인별 환경적 위험요인과 악화요인을 찾아 맞춤 치료를 해주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단, 시판되는 약들 중 점막수축제 성분이 든 약은 함부로 사용할 경우 알레르기비염이 되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