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전국 아파트 비리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 아파트 429곳의 72%에서 관리비 횡령 등 불법이 난무했다. 외부 회계감사 의무 대상 아파트 가운데 19.4%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산발적으로 알려졌던 아파트 탈법 실태가 한눈에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고 10일 그 내용을 확정, 입법예고했다. 골자는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세입자의 참여를 확대한 것이다. 현재 1명인 감사를 2명으로 늘리는 한편 감사 결과를 주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세입자에게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권을 줘 관리비 인상 등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관리사무소장이 아파트 대표회의 상정 안건을 미리 검토토록 하고 지출 내용을 입주민에게 개별 통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구조적인 아파트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 감사의 기능을 강화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사후적 장치에 불과하다. 또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가운데 선출되는 감사가 얼마나 엄정하게 살피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의 76%가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관리소장의 권한 확대가 비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걸린다.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입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가 동대표 선정 등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 일부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아파트관리 온라인투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투표하는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 기존의 방문 서면 투표에 비해 5배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이 아파트를 직접 찾아 관리비 내역 등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이다. 무관심해서는 아파트 관리 비리 같은 뿌리 깊은 관행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설] 줄줄 새는 아파트 관리비, 입주민 관심이 해법이다
입력 2016-04-10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