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에 ‘헐값(35억원)’ 매각된 건 보험업계 전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경기 불황 및 저금리 기조에 떨고 있는 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수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10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생명보험 업계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 보험사들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7.5% 수준에서 지난해 4.5%까지 떨어졌다.
미 보험사들도 한국 알리안츠생명처럼 과거 체결했던 고금리 예정이율(만기에 고객에게 지급되는 예상수익률) 상품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정이율이 수익률을 역전하고 있다.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10대 생명보험사 주가는 2008년 이후 12%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약 300억 달러 증발했다. 장기보험계약 판매비중이 높은 젠워스 파이낸셜의 주가는 금융위기 이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토머스 매클네르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장기간병보험 누적손실이 20억 달러에 달해 절대 만회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장기간병보험 판매 중단, 보장범위 축소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다수 해외 보험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지연 등의 추가 충격이 발생하면 보험사들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미 금리인상 전망이 약화되면서 미 보험사들의 한 가닥 희망이 다시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에서도 저금리 기조 지속, 국제회계기준(IFRS4) 시행 등의 충격파로 다른 보험사들 역시 헐값 매각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저금리 기조… 美 보험사도 ‘울상’
입력 2016-04-10 20:13 수정 2016-04-10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