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올리는 ‘진격의 제네시스’… 글로벌 명차 청신호

입력 2016-04-11 04:00

글로벌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현대자동차가 기획한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지표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브랜드 출범을 선언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흥행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내수 판매량 증가세를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 시장의 문을 차례로 두드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차량들이 올해 1분기 국내에서만 1만6477대가 팔렸다고 10일 밝혔다. 현대차 전체 내수 판매량의 10.24%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가장 싼 차량 모델이 4650만원이고 최대 1억1490만원까지 가격이 매겨진 고급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체 점유율 10%대 달성은 기록적인 수치로 여겨진다.

올해 들어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국내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총 4439대가 팔렸고 2월에는 5179대가 판매됐다. 지난달에는 6859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새 모델인 EQ900가 기존 모델 제네시스(개발명 DH)의 판매 실적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준비한 현대차는 2008년 독자적인 엠블럼을 쓰는 1세대 제네시스 차량을 처음 선보였고 이후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년 11월 제네시스를 독립적인 고급차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을 발표한 뒤 12월에는 EQ900를 출시했다. 이미 판매되고 있던 차량 제네시스(DH)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라인업에 편입됐다.

EQ900 출시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 가치도 급등했다. 브랜드 평가 업체 브랜드스탁이 최근 2016년 1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를 조사해 집계한 결과 제네시스는 46위에 올랐다. 제네시스가 이 조사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제네시스 라인업을 6종으로 늘려 세계 고급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때쯤 제네시스는 현대차와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EQ900(현지명 G90) 출시를 앞둔 미국에서는 이미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지난해 3월 대비 32.4% 증가한 3197대가 판매되며 현대차가 세운 미국 내 월간 최대 판매량 기록에 일조했다.

제네시스 판매가 급증하면서 미국 중형 고급차 시장의 선두 다툼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미국 중형 고급차 판매량 중 2위에 등극했다. 지난 2월 벤츠 E클래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차급 2위에 오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3월에는 BMW 5시리즈를 제치고 2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는 미국에 이어 중국 고급차 시장을 정조준할 예정이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베이징 모터쇼에서 제네시스를 론칭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고급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에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