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입 경쟁력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을 주름잡았던 외국어고등학교(외고)의 쇠락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상위권 학생은 과학고 등으로 가고, 나머지 성적 우수자들은 대입에 최적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선호하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교내신 산출 방식 변화 등 예고된 정책 변화에 따라 고교 입시 지형이 출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들해진 외고의 인기, 자사고는 급상승=종로학원하늘교육은 최근 11년간 중학생의 고교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외고 선호도는 2006년 40.3%였다. 중학생 10명 중 4명은 외고를 가고 싶다고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19.1%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국제고도 같은 기간 19.7%에서 5.6%로 급감했다. 반면 자사고는 24.8%에서 50.2%로 껑충 뛰었다. 과학고는 8.2%에서 13.2%로 올라갔다.
이번 분석 결과는 매년 이 업체의 고교 설명회 예약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2006∼2016년 이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6만9840명, 올해는 3210명이었다. 종로학원 측은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이과 선호현상이 뚜렷해져 이과(수업) 편성이 억제되는 외고·국제고 인기가 떨어졌다”며 “외고는 대입에 직결되는 수업 비중이 낮고 제2외국어 수업 등으로 학습 부담이 높다고 인식된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돼 외고가 갖는 메리트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혼돈’의 중학생=현재 중학생들은 대입에서 큰 변화를 겪는다. 대입 유·불리에 따라 고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외고와 자사고의 희비는 또 바뀔 수 있다. 특히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성취평가제’가 변수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말 도입을 확정하려 했지만 내년으로 미뤘다. 입시 전문가들은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외고에서 영어 내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 외고 기피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에 바뀐 개정 교육과정으로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구분도 없어진다. 외고에서 의대 등 이과 상위권 학과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정 교육과정에 적용되는 수능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현재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7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성취평가제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 여부가 확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책들이 확정되기 전까지 중학생들은 어느 고교로 진학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문송합니다’ 여파? 外高 지고 자사고 뜨고
입력 2016-04-10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