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엔 더 큰 판이 벌어진다. 바로 대통령 선거다. 대선이 2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가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차기 유력 주자로 옮겨질 것으로 보이다. 관건은 총선 결과다. 차기 주자들의 예선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총선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운명이 일찌감치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수도권 승리가 절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선 정국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가 절실하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사퇴’ 약속과 “더 큰 정치를 하겠다”는 언급으로 이미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상향식 국민공천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장담을 못 지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태이나 공천 파동으로 이탈했던 지지층을 붙잡아 과반 확보라는 성적을 받아들 경우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면 ‘옥새파동’으로 존재감을 확보한 김 대표가 재입성한 현역들을 기반으로 차기 대권 행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과반 확보는 산술적으로 122석에 달하는 수도권에서 60석 이상을 확보해야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계산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험지 출마를 권유한 안대희 후보(서울 마포갑) 등이 대거 낙선, 수도권에서 대패할 경우 김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문재인 안철수, 호남 성적이 관건=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선거 막바지에 정계은퇴 카드를 꺼내들고 지지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문 전 대표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20석 이상)을 넘어 30석 이상 확보에 성공할 경우 대권 주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28석에 이르는 호남에서 절반 이상 승리하는 게 필요하다. 호남 지지에다 중도층 외연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향후 대권 전망을 밝게 한다. 하지만 호남에서 더민주에 패하고,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경우 안 대표는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모두 호남 승리가 절실하지만 호남 승리에 대한 기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다크호스들의 운명은=새누리당 오세훈 김문수 후보와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처한 운명은 비슷하다. 이들 모두 차기 잠룡으로 떠오를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출마한 지역구에서 패한 사람은 사실상 대권 가도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야당이 패배할 경우 문 전 대표나 안 대표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새누리당 패배 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참여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공천 파동을 겪으며 무당파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다만 유 의원과 뜻을 함께한 영남권 무소속 후보들이 모두 낙선할 경우 ‘차기 도모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일 수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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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0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