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음유시인’ 민병훈 감독, ‘시화공존’으로 환경영화제 네 번째 초청 받아

입력 2016-04-10 19:44

1998년 ‘벌이 날다’ 이후 20년 가까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제작해온 민병훈(47·사진) 감독은 영화계의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의미심장한 작품을 묵묵히 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단편 다큐멘터리 ‘시화공존’이 다음 달 6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의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섹션에 초청됐다.

민 감독의 작품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기는 이번이 네 번째다. ‘노스탤지어’는 2011년 월드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받았고, ‘부엉이의 눈’과 ‘감각의 경로’는 각각 2014년과 2015년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섹션에 참가했었다. 한 감독의 작품이 서울환경영화제에 네 차례 초청받기는 처음이다.

‘시화공존’은 죽은 호수에서 생명의 호수로 다시 태어난 시화호를 소재로 삼았다.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방파제와 호수를 트레킹하며 각자의 카메라로 자연의 소리를 내레이션 없이 이미지 영상으로만 담아냈다. 문명과 보존의 경계 위에 선 인간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한걸음 물러나서 보면 아름다움이 가득하다는 점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민 감독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조그마한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순수한 의도가 영화제 네 번째 참가라는 멋진 결과로 돌아와서 기쁘고, 여건만 된다면 시화호의 사계를 담아내 좀 더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영화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민 감독은 현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주인공으로 한 음악 영화 ‘황제’를 촬영 중이며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을 배경으로 한 사랑에 관한 3부작 영화 ‘에세이 시리즈’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는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 씨네큐브, 서울역사박물관, 인디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에서 진행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미국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를 비롯해 40개국 85편의 환경 테마 영화가 상영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