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무원 시험 관리도 뚫렸다… 정부청사 휘저은 공시생, 1차 지역인재 선발 문제·답안지 훔쳐

입력 2016-04-08 21:22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대학생 송모(26·사진)씨가 이 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한 1차 시험 문제지와 답안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1차 시험 문제 출제를 위탁받은 사설 학원에 미리 침입해 문제지와 답안지를 빼돌렸다. 정부청사가 뚫린 데 이어 국가 공무원시험 관리마저 허술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송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울 신림동 공무원시험 전문 M학원에서 지역우수인재 선발시험 문제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쳤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제주도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송씨가 지난 1월 8∼10일 신림동에 머물렀던 사실을 이동통신사 기지국 자료로 확인하고 이유를 추궁했다.

송씨가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친 지역우수인재 선발시험은 각 대학이 공무원 추천 대상자를 뽑기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 일정 순위에 든 사람만이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을 볼 수 있다.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 규모는 110명이다. 각 대학은 1차 시험에서 정부에서 할당받은 인원만큼 합격시킨다. 지역인재 선발시험은 사실상 1차 시험인 셈이다.

대학은 1차 시험 문제 출제와 채점을 공무원시험 전문 학원에 위탁한다. 송씨가 재학 중인 대학은 이 시험을 M학원에 맡겼다. 대학에서는 시험 전날인 지난 1월 22일 담당자가 M학원에 가서 시험지를 받아 온 뒤 교내 사무실에 잠금장치를 하고 보관했다. 열쇠는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보관했다고 한다.

시험은 1월 23일 오전 10시 교내에서 치러졌다. 학교는 응시생들이 제출한 답안지를 이틀간 보관했다가 채점을 위해 25일 낮 12시 반쯤 등기우편으로 다시 M학원에 보냈다. 학원은 26일 오후 4시에 답안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결과는 다음 날인 27일 오후 11시 이메일에 첨부된 PDF파일 형태로 대학 담당자에게 전달됐다.

M학원이 출제한 문제로 시험을 본 사람은 전국 277명이다. 이 중 지역인재 1차 응시생뿐만 아니라 5급 사무관 일반 공채 수험생도 포함돼 있다. 송씨의 대학에서는 22명이 응시해 송씨를 비롯한 7명이 지역인재로 선발됐다.

송씨는 3과목(각 100점 만점)인 이 시험에서 총 245점(평균 81.7점)을 받아 전국 2등, 교내 1등을 했다. 응시생 전체 평균 총점은 182.5점이었다. 송씨는 이보다 62.5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시험에 합격한 송씨는 지난달 5일 치러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에선 평균 45점을 받아 합격선에 크게 못 미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몰래 들어가 점수를 75점으로 높이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조작해 넣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의 1, 2차 시험 점수 차이가 큰 것을 이상하게 보고 추가 수사를 벌여왔다”며 “구체적인 범행 방법 등을 조사해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