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헐값 매각’ 쇼크… 알리안츠 다음은 어디?

입력 2016-04-09 04:09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렸다는 소식에 국내 보험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알리안츠생명만 유별난 경우가 아니고 사정이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여서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보험업계 전체에 충격”=보험업계는 연일 뒤숭숭하다. 한 토종 보험사 직원은 8일 “국내 11위의 보험회사 가격이 강남 고급 아파트 1채 수준이라면 거칠게 말해 한국 보험업계 전체가 아파트단지 가격도 안 되는 셈”이라며 “이번 거래가 업계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알리안츠생명 사내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방보험이 1조1000억원에 인수한 동양생명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끈 것과 달리, 알리안츠생명에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동양생명으로의 흡수합병까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성으로 알려진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이미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헐값 거래도 미스터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공개하지 않은 매각 부속조건은 정부에서도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숨은 부실을 안방보험이 떠안거나 알리안츠 독일 본사의 유럽식 새 회계기준 적용 전에 거래를 완료하는 등 조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위주의 유럽계 보험사들이 외형 중심의 한국 보험시장에서 실패하고 손을 떼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생명보험업계가 외형은 크지만 저축성 보험을 제외한 순수 보장성 보험은 빈약한 수준이고 그나마도 무리한 영업 위주의 성장이란 점을 다 파악하고 매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른 생보사 매각에도 영향”=외국계 보험사들은 변액보험 같은 새로운 상품과 대졸 남성 설계사를 앞세워 2000년대 초·중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토종 업체들이 조직과 상품을 벤치마킹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를 넘던 외국계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ING생명과 PCA생명도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KDB생명 등 매물로 나올 다른 보험사도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도 동아생명 시절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 부담 때문에 기업 가치가 크게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 위원은 설명했다. 국내에도 이르면 2020년 유럽식 새 회계기준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지급여력비율(RBC)을 맞추지 못해 쓰러지는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

◇중국계 자본의 목적은?=중국계 금융자본의 한국 공습도 관심거리다. 안방보험은 2014년 우리은행 예비입찰에도 참여했고, 대만계 유안타그룹과 푸본생명도 이미 깊숙이 진출했다. “중국이 한국 금융시장을 배우려 하는 것”이라는 기대는 힘을 잃었고, 헐값으로 시장을 잠식하려 한다는 예상이 들어맞고 있다. 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시장을 특별히 좋게 봐서라기보다 그저 한국의 보험사가 싼값에 나와서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력과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투자로 얼마든지 저금리를 극복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진출한다는 것이다.

김지방 천지우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