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니 엘스가… ‘퀸튜플 보기’

입력 2016-04-08 21:50
어니 엘스가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 1번 홀에서 3온 6퍼트 9타를 기록,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2번 홀 그린으로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조던 스피스가 7번 홀에서 퍼팅을 한 뒤 볼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8일 오전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80회 마스터스 대회 1라운드 1번 홀(파4).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어 날아갔다. 세컨드 샷은 그린 근처에 떨어졌다. 세 번째 샷 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다. 홀컵과의 거리는 60㎝. 파 세이브는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될 것이란 걸 어니 엘스(47·남아공)도, 주위에서 지켜보던 수백 명의 갤러리도 알지 못했다.

첫 번째 퍼팅이 살짝 홀컵을 비켜 지나갔다. 홀컵과의 거리는 90㎝로 더 멀어졌다. 이번에도 퍼팅은 홀을 지나쳤다. 비슷한 거리가 됐지만 더블 보기 퍼팅도 홀을 외면했다. 당황한 엘스는 신중하게 퍼트를 했지만 또 들어가지 않았다. 트리플 보기. 다섯 번째 퍼팅은 30㎝도 되지 않았다. 패닉 상태에 빠진 엘스는 한 손으로 퍼터를 잡고 쳤다가 그마저도 놓쳤다. 네 차례 메이저대회 챔피언을 차지한 엘스는 결국 ‘3온 6퍼트 9타’로 충격적인 퀸튜플 보기(5오버파)를 기록한 뒤에야 1번 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티 올리브(Tea Olive)’란 이름이 붙은 1번 홀은 까다로운 홀이다. 평균 타수는 4.23타.

엘스의 1번 홀 기록은 10타로 등재됐다가 9타로 수정됐다. 엘스가 잇따라 짧은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기록원이 헷갈린 것이다. 이날 엘스는 오거스타 내셔널 1번 홀 최다 타수 주인공이 됐다. 역대 이 홀 최다 타수는 ‘8타’로 올린 브라운, 스콧 심프슨, 빌리 캐스퍼, 지브 밀카 싱 등 4명이 갖고 있었다.

1번 홀에서 수모를 겪은 엘스는 2번 홀(파5)에서 2온에 성공했지만 7m 거리에서 3퍼트를 범해 파에 그쳤다. 엘스는 1라운드에서 38개의 퍼트 수를 기록했다. 8오버파 80타를 친 엘스는 전체 참가자 89명 중 공동 81위로 1라운드를 마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엘스는 1라운드를 마친 뒤 “나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엘스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세계 골프를 주름잡던 스타였다. US 오픈과 디 오픈을 각각 두 차례 제패하는 등 PGA 투어 19승, 유럽투어 28승을 올린 선수다. 하지만 엘스는 40대에 접어들면서 기량이 떨어졌으며, 이날 최악의 플레이를 보여 주고 말았다.

세계 랭킹 2위 조던 스피스(23·미국)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내며 6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스피스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1966년 잭 니클라우스(미국), 1990년 닉 팔도(잉글랜드),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마스터스를 2연패한 선수가 된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언더파 70타(공동 9위)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6)는 4언더파 68타로 선두 스피스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대니 리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기록했다.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이븐파 72타로 공동 21위에 자리를 잡았다. 목 통증에 시달리는 안병훈(25·CJ)은 5오버파 77타를 기록, 공동 71위에 그쳤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