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효과?… 北 해외근무자 ‘외화벌이’ 압박 커진 듯

입력 2016-04-08 21:20 수정 2016-04-08 23:54
북한의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다가 집단으로 탈북한 종업원들이 국내에 들어온 뒤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사진이 찍힌 시점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탈북민들의 신변 보호 및 외교 마찰 등을 이유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북한 주민들이 집단으로 탈북한 것은 2011년 3월 9명의 탈북민이 국내 입국한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집단탈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 이후 다각도로 계속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4·13총선을 목전에 둔 민감한 시기에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점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당국은 이들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탈북한 이유로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감과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을 첫손에 꼽았다. 통상 북한 내에서 해외식당은 근무 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돼 경쟁이 치열한 만큼 비교적 중산층 이상이 많이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당장의 끼니 걱정 같은 이유보다는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한국 문화와 실상을 접하고 자신들이 들어오던 북한의 체제 선전이 허상이라는 점을 느껴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유엔 안보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와 한·미·일 등의 독자적 제재 조치가 제대로 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최근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운영하는 해외식당에 한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돼 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이들 역시 “북한 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돼 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 제재로 인한 외화벌이의 부진과 이에 대한 본국의 압박이 탈북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탈북 사실을 알리는 브리핑은 발표 30여분 전인 오후 4시30분쯤 갑작스레 예고됐다. 최근 정부가 탈북자 입국 사실을 공개 브리핑을 통해 공식 확인해 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총선을 불과 5일 앞둔 갑작스러운 발표 시점에 대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정 대변인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집단탈북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는 이들의 탈북 경로와 방법, 신상 정보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제3국과의 외교 마찰, 탈북민의 신변 보호, 향후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자유의사로 한국행을 결정했기에 일정 기간 휴식을 가진 후 국정원 등 관계부처의 조사를 받는다. 이후 하나원에 입소해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 훈련 및 교육과정 등을 거치게 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