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대표님만 명품이 없네요.”
이충숙(57) 센타투어 대표이사가 최근 여직원들로부터 들은 농담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보석이나 명품 등을 잘 몰라요. 일하기 때문에 항상 단정하게 옷만 입고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비싼 화장품을 안 써도 이 정도 피부면 괜찮지 않나요(웃음).”
최근 서울 강서구 양천로 센타투어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 이 자리에 왔기에 기업가로서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싶다”고 고백했다.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철저하게 절약한다. 하지만 남을 위하거나 봉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라도 상관없다.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좋은 일에 쓰는 비용은 매달 100만원이 넘는다. 3개의 개척교회와 소년소녀가장, 대한적십자사, 유니세프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이 외에도 퇴직한 형제들의 생활비와 병원비 등을 감당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78년 한주여행사에서 근무할 때부터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강했다. 그는 “경제신문 기자였던 아버지가 보증을 선 뒤부터 행복했던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찾아왔다”며 “사기를 당한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때 이 대표는 중학생이었다.
“가족 중에 제일 먼저 신앙생활을 했어요. 중학생 때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습니다.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다시 일어나게 해달라고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몰라요. 결국 돌아가셨지만 말입니다. 그 뒤로 큰 상처를 받고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가세는 갑자기 기울었고 어머니가 모든 짐을 떠맡았다.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어머니는 신앙의 힘으로 7남매를 보살폈다. 특히 개척교회에서 청소하고 목회자의 반찬을 직접 챙기는 등 물심양면으로 섬겼다.
어릴 때부터 활달했던 이 대표는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마이크를 잡을 때 가장 행복하고 존재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머니 역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공부를 계속 하기 힘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주여행사에 입사하면서 방송인 대신 여행사 직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여행사에 남은 게 행복하고 감사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곳을 다니는 일이 다행히 적성에 맞았어요. 직장 다니면서 명지대에서 공부도 했고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한주여행사와 세일여행사에서 20년을 일한 뒤 2001년 센타투어를 설립했다. 보증금 400만원으로 서울 방화동 지하실에 사무실을 개업했다.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때 개척교회의 한 목회자가 성경구절이 담긴 나무 현판을 선물해줬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이 말씀에 이 대표는 “아멘”하고 화답했다. 현판은 지금도 대표이사 사무실에 걸려있다. 그는 현판의 말씀을 되새기며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한다.
이 대표는 사업 초창기 재정적으로 힘든 가운데도 개척교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사비용 선교후원금 명목으로 개척교회 한 곳에 1000만원을 헌금하기도 했다. 등록금을 못 내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겐 장학금을 지원했고 교복을 사줬다. 강원도 철원의 군부대에서 선교하는 목회자에겐 매달 군인들을 위한 햄버거 값을 보냈다.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들의 등록금도 지원했다. 사업은 하나님께 맡기고 이 대표는 하나님이 좋아하실 만한 일을 찾아 헌신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지금은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30명의 직원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나눔의 원리를 들어 설명했다.
“어렵지만 좋은 곳에 물질을 썼더니 하나님께서 다른 곳을 더 크게 채워주시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좋은 일에 봉사하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기 때문이죠.”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며 섬긴 것 역시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회사의 사훈은 ‘고객을 저의 부모님 모시듯’이다. 센타투어는 국내외 여행은 물론 기획연수, 교육훈련, 워크숍, 세미나,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주요 고객으로 정부기관 등이 유난히 많다. 이 대표가 여행사 직원으로 일했던 1970년대 후반부터 만났던 정부기관 관계자들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한 번 고객으로 만나면 평생 고객으로 모신다는 신념이 있다.
이 대표는 직원 50명, 매출 3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회사가 확장되면, 가능성은 있지만 사회에서 차별받고 갈 곳 없는 분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 한 분만을 바라보며 묵묵하게 개척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을 더욱 섬기고 싶습니다.”
◇약력=△1959년 전북 군산 출생 △78년 한주여행사 입사 △88년 세일여행사 입사 △2001년 센타투어 법인설립 △2015∼2016년 한국관광클럽 회장 △현 센타투어 대표이사, 서울 공항성산교회 집사
■ 센타투어 특화된 여행상품 인기
시장투어·장애인-노인 돌봄여행 등 맞춤형 섬김 서비스
‘섬김의 서비스로 최고의 만족과 감동을 갖게 한다.’
2001년 설립된 센타투어의 기업 이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여행상품들을 내놓았다. 전통시장과 그 주변 관광지를 연계한 ‘시장투어’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기획해 해당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았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돌봄여행’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센타투어는 최근 3∼4년 동안 장애인을 위한 여행을 기획했다. 장애인 관광은 참석자들을 일대일로 정성껏 돌봐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쉽지 않다. 하지만 이충숙 대표이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언니가 척추2급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장애인 가족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대표는 2013년 서울시가 소외계층을 위해 만든 ‘내 생애의 마지막 여행’ 프로그램을 대행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참석자 대부분이 임종을 앞뒀거나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했다”며 “집에만 있다 바깥 세상을 구경한 이들이 환하게 웃고 즐거워했다. 감동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대표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와 목표를 세우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바라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 속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아무리 바빠도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2부) ⑪ 이충숙 센타투어 대표] “어려운 곳에 썼더니 더 크게 채워주시네요”
입력 2016-04-10 17:58 수정 2016-04-10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