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회사 지분을 가진 적 없다”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말 바꾸기로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2010년 작고한 아버지 이언 캐머런의 역외펀드 탈세 의혹이 꼬리를 물자 캐머런 총리가 결국 말을 뒤집은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7일(현지시간) 영국 ITV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과 부인 서맨사가 1997년부터 바하마에 있는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총리가 되기 4개월 전인 2010년 1월 23만1500파운드(약 3억7745만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1만9000파운드의 이득을 봤지만 소득세를 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지난 4일 “이언 캐머런이 1982년 설립한 블레어모어가 지난 30년간 영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캐머런 총리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캐머런 총리는 5일 “역외펀드 주식이나 재산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자신이나 가족이 이 펀드로부터 혜택을 입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블레어모어는 이사의 절반 이상을 스위스, 바하마 출신으로 채웠고 영국인 이사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영국 정부의 과세를 피했다. 2006년 새 투자자를 모집하면서는 영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을 강조한 사실까지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와 함께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해 영국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21만5000개 페이퍼컴퍼니 중 11만3000개의 등록지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였다. 영국령은 영국 본토 밖에 있는 14개의 지역의 자치정부를 말한다. 버뮤다, 케이맨제도, 건지섬이 모두 영국령이면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영국령 직접통치까지 요구했다. 영국 정부는 그간 페이퍼컴퍼니 실소유주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앙등기소 설립을 영국령 자치정부에 요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캐머런 총리 말 바꾸기에 영국 충격… “아버지 회사 지분 가진 적 없다→갖고 있다가 매각”
입력 2016-04-08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