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기만 꽂아도? ‘만유인력’ 깨지나… 20대 총선, 주목할 이변은

입력 2016-04-09 04:00

2007년 대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 있다. 이슈나 후보와 관계없이 영남에선 1번, 호남에선 2번 후보가 십중팔구 당선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10년 가까이 반복된 현상을 두고 ‘선거 만유인력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좀체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이 법칙이 20대 총선에선 적용되지 않을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비록 이번 총선이 이슈도, 관심도 적었지만 선거 결과만은 정치 지형을 바꿀 이변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영·호남 이변의 중심 되나=결론부터 얘기하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던 영·호남의 표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호남에선 기호 3번인 국민의당이 기호 2번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최다 당선자를 배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야권 관계자는 8일 “선거 막바지 여론조사와 야당들의 판세를 종합해보면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12곳 이상에서 더민주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영남의 ‘묻지마 1번’ 투표 성향도 공천 파동에 따른 대구·경북(TK) 무소속 돌풍과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야당 후보들의 선전으로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당과 후보들이 반성 모드로 돌아서면서 투표일에 가까워질수록 이탈했던 영남 민심이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영남 65석 가운데 10곳 정도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무소속 당선자 두 자릿수 되나=‘17대 1석, 18대 25석, 19대 3석’. 친박(친박근혜)계 공천 학살에 따른 반발로 ‘친박 무소속 연대’가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거 당선된 18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무소속 후보 당선자가 두 자릿수에 이른 적은 2000년 이후 없었다. 그러나 공천 파열음이 컸던 20대 총선에선 어느 때보다 무소속 돌풍이 거세다. 영남·강원권에선 유승민 주호영 김태환 강길부 장제원 이철규 등 여당 공천을 받지 못한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박승호 류성걸 후보도 새누리당 후보와 경합세다.

더민주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홍의락 강동원 후보 역시 당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의 무공천 지역에 출마한 이재오 김영순 후보가 20년 만에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될지도 관전포인트다. 무소속 후보 중 상당수는 중진급으로 당선될 경우 이들의 향후 행보가 총선 후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20년 만에 3개 교섭단체 등장할까=15대 총선 당시 자민련이 50석을 얻은 이후 19대까지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제3당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호남을 중심으로 ‘녹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20년 만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게 유력해 보인다. 최근 정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10석을 포함, 최대 40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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