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금도’ 갖춘 정치인을 뽑아야죠

입력 2016-04-08 20:14 수정 2016-04-08 20:23

화씨벽을 빼돌린 인상여를 죽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으나 인방에 평판이 좋지 않던 진나라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그를 살려 보냅니다.

귀국해 재상에 오른 인상여. 화씨벽뿐 아니라 본인도 멀쩡히 살아온 것으로 보아 진과 어떤 내밀한 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둥 질시, 험담이 조나라 조정에 난무합니다.

장군 염파가 격해져서 말합니다. “나는 죽음도 무릅쓰며 전선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그까짓 세 치 혀가 대수인가.”

모욕적인 말에도 인상여가 염파를 피하며 대응을 않자 수하들이 불만을 터뜨리지만 인상여가 타이릅니다. “염 장군이 무서워서 내가 이러는 것 같소. 우리 둘이 싸우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소. 진나라가 우리를 넘보지 못하는 건 훌륭한 염 장군과 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면서 왜들 그러시오.”

이를 전해 들은 염파가 회초리 한 짐을 지고 인상여를 찾아갑니다. “잘못했습니다. 피가 나도록 저를 때려주십시오.”

무릎 꿇은 염파를 인상여가 일으킵니다. “누가 보면 어쩌시려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이 사람의 금도(襟度), 지도자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합니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일 줄 아는 기개라고 하겠습니다.

‘襟度’는 ‘남을 포용할 만한 도량’을 뜻하는 말입니다. 싫은 소리라도 들으면 “금도를 지켜라”며 펄쩍 뛰는 정치인들이 있으나 당치 않은 표현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