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유커 몰리는 ‘홍색관광지’ 한국엔 어디

입력 2016-04-09 04:05
영국 런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있는 카를 마르크스의 묘지(위 사진). 평남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에 있는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 마오안잉은 1950년 11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폭격에 목숨을 잃고 이곳에 묻혔다. 싱훠여행사 홈페이지

카를 마르크스의 133번째 기일인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중국인 20명이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마르크스의 묘지 앞에 한 줄로 서서 묵념을 하고 만국의 노동자를 단결시킨 ‘인터내셔널가’를 불렀습니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날아간 단체 여행객입니다. 9일짜리 여행코스에는 마르크스의 흔적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5년간 살았던 딘스트리트 28번지, ‘자본론’을 집필한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홍색(紅色)관광 상품입니다. 공산혁명과 연관된 곳을 찾는 여행이죠.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해외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해외 홍색관광 전문인 싱훠(星火)여행사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상품이 보입니다. 런던을 비롯해 마르크스의 고향 독일과 여름휴가지 룩셈부르크, ‘파리코뮌’의 현장을 둘러보는 서유럽 5개국 코스도 있죠. 항일전쟁 때 인민해방군에 참여했던 노먼 베순의 고향 캐나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 조선의용군의 흔적을 더듬는 북한여행 상품까지 있습니다.

중국이 홍색관광을 장려하기 시작한 건 2004년입니다. 홍색관광이라는 말도 이때 만들어졌죠. 10여년 동안 쏟아 부은 돈이 90억 위안(약 1조6000억원)을 넘습니다. 홍색관광객은 매년 평균 16% 넘게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2월 시진핑 주석도 혁명성지인 산시성 옌안을 방문해 중요한 지시를 합니다. “홍색관광의 핵심은 홍색 교육을 진행하고 홍색 유전자를 전승하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까지 밀어주니 홍색관광은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游客)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장 큰 수혜국은 러시아죠. 지난해 러시아를 찾은 유커는 100만명을 넘었고 쓴 돈만 10억 달러(1조1500억원)입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외에 블라디미르 레닌의 고향 울리야노프스크와 레닌이 공부했던 카잔이 새로운 관광코스로 떠올랐습니다.

러시아 정부도 유커 모시기에 정성을 쏟습니다. 유커를 위해 호텔, 중국식 슈퍼마켓, 중의학 병원을 모은 ‘중국 파크’를 짓습니다. 모스크바에서 300㎞ 떨어진 이바노프 국제소년학교 건물도 열었습니다. 이곳은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이 공부한 기숙학교로 유명합니다.

환구시보는 “다음 목표는 홍색관광의 세계화”라고 전합니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 1월 “중국 홍색관광객이 세계 각지로 더욱 몰려갈 것”이라며 “미국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5월 1일 노동자의 날이 유래된 시카고를 추천했죠. 한국에는 홍색관광지가 될 곳 어디 없나요?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