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일대 우뚝 솟은 소나무의 기상 ‘생생’… 금강송 사진작가 장국현 ‘천하걸작 한국영송’展

입력 2016-04-10 19:05 수정 2016-04-10 21:31
강원도 두타산의 바위틈에서 푸른 기상을 뽐내는 소나무를 촬영한 ‘두타송’(왼쪽)과 해뜨기 직전 소나무의 웅혼한 자태를 담은 ‘천지창조’. 오른쪽 위 사진은 용틀임을 하는 모습의 ‘신룡송’. 미술과 비평 제공
한국의 금강송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사진작가 장국현(74)은 영남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금강송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 길로 나섰다. 50년간 300여점을 찍었다. 그의 금강송 사진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것은 2012년 5월 프랑스 파리시청 국제미술관 전시를 통해서였다. 금강송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특별전이었다.

경북 울진에서 살면서 군락지 금강송이 아니라 해발 5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는 자연산 금강송을 촬영한 36점을 출품했다. 푸른 기상으로 우뚝 솟은 금강송을 4폭 병풍에 담은 작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당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격려사를 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이런 멋진 소나무가 있었느냐”며 열광했다.

그러나 그는 2014년 7월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울진의 산림보호구역에서 사진 구도를 잘 잡기 위해 주변 나무를 벴기 때문이다. 웅혼한 모습의 금강송을 사진작품으로 남기려는 의욕이 지나친 결과였다. 그에게는 ‘산림파괴범’ ‘파렴치한’ 등 갖가지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그는 잠적했다. 그리고 2년 만에 나타났다. 강원도 일대의 금강송 사진을 들고.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천하걸작 한국영송-장국현 사진전’을 연다. 미술평론전문지 ‘미술과 비평’ 창간 10주년 기념 아트페어(ACAF 2016)의 특별초대전이다. 2018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의 반경 50㎞ 안팎에 있는 설악산, 오대산, 제왕산, 대관령, 두타산 일대의 금강송을 촬영한 작품 54점과 수려한 풍광사진을 선보인다.

강원도 일대 금강송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평창올림픽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2014년 8월 무작정 강원도로 가 소나무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1년여 동안 야생동물처럼 하루 한 끼 생식하면서 지냈어요. 산세가 험하고 한겨울 영하 추위 속에서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습니다. 목숨 걸고 숲 속을 다니면서 멋진 소나무들을 만나 탄생한 작품들이죠.”

호랑이처럼 숨어있는 고송(古松), 천하를 호령하는 둘레 6.4m의 황제송(皇帝松), 신령스러운 구멍에서 나온 영혈송(靈穴松), 하늘의 학처럼 고고한 천학송(天鶴松), 무릉도원에서 자란다는 무릉송(武陵松) 등을 차곡차곡 렌즈에 담았다. 산의 좋은 기운과 소나무의 맑은 기운을 담아내기 위해 한밤중에 산에 올라 해뜨기 직전 새벽녘에 찍었다고 한다.

소나무의 기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작품을 실물크기와 비슷하게 제작했다. 초대형 병풍(640×260㎝)에 담긴 작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기까지 곡절도 있었다. 작가의 전력을 문제 삼은 예술의전당이 지난달 전시계약 취소를 주최 측에 통보했다. 주최 측은 ‘전시회 방해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고 재판부는 지난 4일 전시 취소불가 판정을 내렸다.

3억6300만원을 들여 전시를 준비한 작가는 수익금을 대구 범어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마련에 보태기로 했다. 50년간 나무에 탐닉하다 보니 집착에 마음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참회의 마음을 담았다. 그는 “앞으로 소나무 다큐멘터리 작업에 전념하면서 평생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02-2231-4459).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