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애끓는 그리움… 세월호 희생자 추념 작품 전시 ‘사월의 동행’展

입력 2016-04-10 19:02 수정 2016-04-10 21:27
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노순택 ‘3반 김영은의 방’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수많은 이들이 살아있는 자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국화꽃을 바쳤던 그 건물 앞에 거대한 검은 연꽃이 숨쉰다. 최정화 작가의 설치 작품 ‘숨쉬는 꽃’이 피었다. 공기 주입기로 바람을 넣어 시시각각 움직이는 꽃은 “비극을 잊지 말아 달라,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는 그 아이들의 외침 같다.

부실 한국이 낳았던 총체적 비극 세월호 사건이 2주기를 맞는다.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은 사회적 참사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 이곳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이 16일 개막된다. 최정화를 비롯해 서용선 강홍구 안규철 노순택 이세현 등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설치, 회화,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최은주 관장은 “우리 사회에서 유례없는 비극을 미술이 어떻게 담아낼지, 즉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동행하다’ ‘기억하다’ ‘기록하다’의 세 가지 섹션으로 분류했다. ‘동행하다’ 섹션에서 조소희 작가가 선보인 ‘봉선화 기도’는 우리 사회 공동의 기도에 다름 아니다. 가운데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손을 찍은 사진 304장이 전시장의 사방 벽, 천장과 바닥에 빽빽이 걸렸다. 숫자 304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 숫자다. 조숙진 작가의 설치 작품 ‘천국의 얼굴’은 패널에 304개의 구멍을 뚫어 빛이 흘러나오게 한 작품이다. ‘죽으면 별이 된다’는 동서양의 바람을 시각화했다. 안규철 작가는 읽는 행위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기억하다’ 섹션은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다. 홍순명 작가는 진도 팽목항 주변의 버려진 물건을 염하듯 랩으로 감쌌다. ‘사소한 기념비’라는 제목을 붙인 작가는 “그날의 기억을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부표 플라스틱, 조개껍데기, 나뭇가지 등을 랩으로 싸게 됐다”고 말했다.

‘기록하다’ 섹션은 ‘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노순택·주용성 작가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빈방과 유품을 찍은 ‘아이들의 방’을, 박재동 작가는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그린 ‘기억하겠습니다. 단원고 아이들’ 일러스트를 내놓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참사 이후의 현장을 사진에 담은 노순택 작가의 ‘가뭄’, 평화로워 더 슬픈 바다의 풍경을 담은 전수현의 비디오 ‘대화’ 등은 사회적 망각에 저항한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운동이 지속하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생각이 담겼다. 6월 26일까지(031-481-7037).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