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는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는 지난해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 선박 수주 실적이 바닥이다. 대우와 삼성은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현대만 3척을 수주해 체면치레했다. 국내 전체를 합쳐도 10척이 되지 않는다. 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한 자릿수 실적은 15년 만의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노사가 합심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현대중 노조가 7일 올해 임단협안을 제시하면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서 지탄을 받고 있다. 임단협안 골자는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 연수, 기본급 6.3% 인상, 성과급 250% 보장, 정년퇴직자와 동일한 규모의 신규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등이다. 요구안대로라면 연간 400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긴다. 한데 회사는 2013년 4분기부터 9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5조원가량의 누적 적자가 쌓인 빈사상태의 몸이다. 게다가 일감은 급격히 줄고 있다. 최길선 회장은 최근 창사 44주년 담화문에서 ‘물량절벽’이라는 말로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노조가 생떼를 부리기에 앞서 비상경영체제의 회사부터 살리는 게 순서다.
임단협 제시안의 경우 초반 기싸움 성격이 있다 해도 이번 요구안은 너무 황당하다. 회사가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격이다. 과거 현대중 노조는 이렇지 않았다. 19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이뤄냈다. 그러다 강성 집행부가 노조를 장악하면서 2014년부터 2년 연속 파업 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대우조선 노조와 삼성중 노동자협의회는 회사 회생을 위해 협조하고 있는데 현대중 노조만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노사가 공멸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사설] 현대重 노조의 황당 요구… 회사 망해도 상관없나
입력 2016-04-08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