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때 유권자의 표심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1위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현상이다.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처진 후보들은 ‘어차피 찍어봐야 떨어진다’는 유권자의 사표경계심리 때문에 역전이 쉽지 않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8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공심위)에 등록된 4·13총선 관련 여론조사는 무려 250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실시한 조사라도 결과가 다른 게 여럿 있다. 초접전지역이라면 순위가 자주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부산 북·강서갑처럼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인데도 업체 간에 1, 2위 후보가 다르고 지지율 격차가 25% 포인트에 이르는 등 편차가 터무니없이 크게 날 경우 여론조사의 객관성 및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는 설문, 표본 구성, 조사 방법·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의뢰자의 의도에 맞게 여론조사를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지난 7일까지 공심위 심의 대상에 오른 여론조사는 167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101건이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왜곡·조작이 8건, 표본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21건이나 됐다. 선거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3월 공심위가 독립 기구로 출범했으나 여기에 등록된 여론조사조차 100%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래서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47.7%)는 응답이 ‘믿는다’(43.3%·리얼미터 조사)는 의견보다 많이 나오는 것이다. 고작 1∼2% 응답률로 판세를 예측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정확도가 높을 리 없다. 업체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유권자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여론조사는 차라리 없는 게 낫기 때문이다.
[사설] 유권자 혼란 부추기는 여론조사 이대로 둬야 하나
입력 2016-04-08 17:53